그릿 GRIT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유투브 이리앨 채널이었던가? 워낙 자기계발류의 외국서적들을 아주 잘 리뷰해 주는 채널에서 그릿의 존재를 알았다. 이것 저것 호기심은 많지만 하나를 끝내기를 어려워하고 지루함을 잘 못 참는 나이기에 한번은 봐야 싶었던 책이다.

워낙에 자기계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요즘인데, 내가 이렇게 해봤는데 이렇더라 하는 류의 에세이같은 서적이 대부분이었던 것같다. 보통 그런 계발서류의 저자는 달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비슷비슷했다. 대체로 뭔가 하나씩은 이룬 사람들이 그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의 과정을 엮어놓는 것이 보통이다. 약속을 지켜라, 시간을 지켜라, 매너있는 사람이 되어라 하는 공통의 룰부터 근면하고 성실해라, 시간이 부족하면 잠을 줄여! 일한 만큼 휴식도 중요해! 성공할 때 까지 도전해! 라는 말들을 달아놓고는 한다. 그들의 성공은 너무 커보이고, 어떤 인생들은 너무도 암담하게 시작하고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기에 롤모델을 삼을 엄두가 안나는 그런 이야기들이 수두룩하다. 혹은 그들의 배경이 너무도 좋기에 나와 너무 괴리감이 있어 따라할 수 없던가.

어렸을 때 하나에 재능이 있다고 들었던 사람으로써 재능이 없던 사람이 더 지긋이 오래가는 경우들을 많이 봤기에 그 원동력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그런데 그릿은 그저그런 자기개발서처럼 뻔한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재능을 이기는 어떤 원동력에 대한 이야기었다. (단순히 노력이라고 칭하기는 그렇고, 여기선 그릿을 열정적 끈기라고 칭한다.) 물론 한가지에 흥미와 재능이 있어 그것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의로든 타의로든 그것이 방해받고 무너지는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끈질기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 그런 끈기가 재능을 뛰어넘는다는 이야기다.

얼핏 한가지 일을 일만시간을 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이론과 비슷하지만 약간은 다르다. 단순히 일만시간을 노력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향상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면서 노력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것에는 노력을 하게 되는 환경이나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도 포함이 되고, 그런 기지를 키워줄 수 있는 부모나 지인을 만나는 것도 포함이 된다. 어렸을 때에는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그런 기질을 가질 수 있게 키워주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그런 기질을 바탕으로 스스로 포기를 모르는 근성으로 일을 대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은 한가지 이상의 재능(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남들이 해내기 힘든 성취를 하게 된다. 단지 미묘한 것은 그릿을 키워주는 부모는 싫은 것은 포기하라는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니라 일정수준까지 포지하지 않도록 아이들을 밀어붙이는 면도 있어야 한다.

저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릿연구를 해 본 결과, 특별활동을 적어도 일년이상 자신의 의지로 지속한 사람들이 그릿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특별활동을 한다는 것이 가난한 동네에서는 돈의 문제로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에 가난한 아이들은 그릿을 가지기 힘든 사회구조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에서도이제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절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어떤 활동도 결국에는 자본과 연결이 되기에 가난한 부모는 그것을 채워주기도 힘들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릿이 있는 사람인가 없는 사람인가에 대해 꽤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재능있다는 소리를 들었던 운동을 포기했고, 대학도 중퇴하고 만화가 문하생 생활도 접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사이버대학을 졸업하고 3년간을 독학하여 관통사 자격증을 땄다. 나는 그릿이 있는 사람일까 없는 사람일까.

다행이 그릿은 포기하지 않고 하고자하는 의지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의식을 가지고 노력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이뤄질 수 있는 듯 하다. 마치 우리의 뇌는 늙지 않지만 사람의 습관이 뇌의 한계를 만드는 것 처럼말이다. 나이가 들었지만 어쩌면, 그릿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하며 오늘의 습관부터 바꿔야 겠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매직 - 두려움을 넘어 창조적으로 사는 법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박소현 옮김 / 민음사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니의 책평을 보고 읽기 시작한 책.

왜 그녀가 읽던 중간에 책평을 남겼는지 이해할만 했다.

요즘은 한 평생 뺀질하게 피해다녔던 창작활동을 시작해야겠다고 새삼 다짐하고 있다. 이전에도 창작을 안했던 것은 아니지만 일명 '가'가 붙은 직업을 갖는 다는 것이 '사事,士'가 붙은 사람들의 이름만큼 무게가 느껴져서 섵불리 가라는 명함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교때 그토록 작가가 되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40세 즈음에 작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40이전의 나는 생각이나 경험이 여물지 않아서 '가'라는 이름의 무게를 지기에는 버텨낼 힘이 있지 않을 것임을 본능적으로 안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비같다고 생각했다. 요 몇년간 그림그리는 일이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보통은 부정적인 감정을 풀어내는데 집중하여 그림을 그리니 지금을 그리는게 좋지 않은 기분으로 다가왔다. 또 어떤 미디어에서, 어떤 책에서 그려지는 예술가의 삶은 항상 파괴적이고 고뇌하며 우울한 삶이었고예술은 당연히 그래야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예술에 대한 갈망이 생을 파괴하면 할수록 더 큰 작품이 나올 것이라는 그런 묘한 공식마저 은연중에 생각하게 된 것이다.

빅매직에서 엘리자베스가 이야기해주는 예술적인 삶은 그와는 전혀 다른 삶이었다. 평단의 기대가 아니라 예술을 하는 행위자체에 주목을 하고 창작 자체를 즐기는 것이 그녀가 말하는 예술가로써의 삶이었다. 좋은 평을 기대하지도 않고, 굳이 한 예술을 파지 않아도 된다. 내가 하는 예술이 더이상 즐겁고 행복하지 않다면 쉬어도 된다. 창작을 하기 위해 술을 마시고, 마약을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것을 하는 순간들에는 창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서술한다. 창작의 씨앗은 행복하지 않은 예술가하고는 작업을 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이다.

창작의 씨앗이 자신에게 착상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안타까워할 필요도 없다. 수많은 정자들이 있지만 하나의 정자만 난자와 만날 수 있듯이, 창작의 씨앗도 그 시기에 그 때에 올바로 자신을 구현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바란다. 나에게 왔다가 아니면 다른이에게 옮겨갈 수도 있다. 그냥 때가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창작의 영감이 와서 작업에 임하는 순간을 착상한다고 표현했지만 창작물은 아이로 보지 말라는 것이 좀 아이러니 하기는 했다. 내가 이미 출산한 창작물은 나의 손을 떠났으므로 더이상 돌봄의 역할이 없다고 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

고심하는 순례자보다는 가벼운 재간꾼이 되기를 독려한다. 순수한 호기심을 가지고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가볍게 써내려가는 그런 것을 장려한다. 무거운 순례자는 발걸음을 옮기기 힘들지만 가벼운 재간꾼은 민들레 홑씨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거의 아무런 의무도 지어주지 않는다. 그냥 호기심이 이끌거나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기를 바란다. 어떤 것이든 자신의 흥미와 호기심이 불러일으키는 것은 결국 새로운 창작으로 되는 밑거름이 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주는 유일한 의무는 '가볍게 시작해서 반드시 끝내라'는 것이다. 창작은 변덕스러워서 그때 그장소에 임하여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어떤 고지도 없이 열정과 함께 사라져 버린다. 모든 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은 그렇겠지만 그들은 시작은 하지만 끝을 내지는 않는다.(여기엔 나를 반드시 포함한다.) 결과물이 어떻든 사람들의 평가는 꾸준히 갈릴것이고, 내가 신경쓰는 디테일은 사실 사람들은 잘 모를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녀는 시작했으면 끝내기를 권장한다. -나는 대체로 생각을 너무 무겁게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결국은 그 생각은 걱정으로 바뀌고 이내 사람들에게 잘보이고 싶은 바람으로 바뀌어 시작조차 못하게 한다. 그런 것을 방지하는게 좋다.-

요즘은 감정표현이 좀 수월하게 하고 머리를 가볍게 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다시(?) 창작자의 삶으로 돌아가려고 시동을 거는 중인데, 딱 알맞은 시기에 이런 책을 만나게 되어 즐겁다. 잠시 성인미술을 배웠던 때처럼, 사람들에게 내 그림을 설명하면서 울먹이는 일은 더이상 없었으면 한다. 내 창작물이 더 자랑스럽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19
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활과 예보‘라는 시는 연결되지 않던 시의 이미지속에서 멀미를 하고 있을 때 약처럼 건내 온 시였다. 그가 시종일관 바스라지는 마음으로 시를 짓는 것은 아니었으나, 일순 들었던 그 생각들은 모든 시를 서글프게 만들었지만, 적어도 외롭지 않게 보는 장마일 거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