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게 길을 묻다 - 트라우마를 넘어선 인간 내면의 가능성을 찾아서
고혜경 지음, 광주트라우마센터 기획 / 나무연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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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꿈에게 길을 묻다>는 '오해와 반전'으로 점철된 책이다. 온라인서점에서 스치듯 슬핏 보며 청소년책으로 첫 오해를 시작. 어, 그런데 '트라우마를 넘어선 인간 내면의 가능성을 찾아서'라니... 부제를 보니 그게 아닌가 보다. 그러고도 살펴볼 생각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얼마 지나 우연히 눈에 들어 온 '광주트라우마센터 기획. 고혜경 지음'...이라니. 광주이야긴가봐.. 힘들거야... 이러구 또 지나침.

오해는 '꿈'에 대한 정의로도 번진다.(반전이니 오해니 할게 아니라 그냥 좀 읽으면 되는 것을) 

꿈, 1.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2.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당연히 2의 정의에 해당하는 '꿈'으로 또다시 넘겨짚기 무책임 신공을. 그런데 그렇게 오해를 거듭하면서도 희한하게 이 책은 자꾸 눈에 밟혀 결국 펼치게 되었다. 

뜨아. 틀렸다. 여기서 '꿈'은 1의 정의.


"차츰 알아차리시겠지만 악몽이나 가위눌림처럼 고통스러운 현상들은 사실 우리를 도와주려고 일어나는 일입니다. 꿈속에서 고통스러운 순간이 재현되는 것은 나를 괴롭히기 위한 게 아니에요. 압도하는 충격 때문에 그 순간 그 자리에 멈춰버린 부분을 들여다보고 다른 시각으로 살피면서 이 사건을 극복해내기 위한, 즉 사건의 완결을 위한 겁니다." -<꿈에게 길을 묻다> 중


아! 악몽에 대한 새로운 인식.

이 책은 1980년 5월 18일이 현재진행형인, 그날 이후 삶의 방향이 바뀐 분들이 함께 '꿈'을 이야기한 꿈작업의 기록이다. 악몽은 물론 가위눌림, 야경증, 몽유병 등 30여 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역사적 상흔은 무의식에까지 침투해 깊고 악착같다. 그런데 5.18 이야기라는 부담감 때문에 애써 외면했었는데, 이 책 의외로 술술 읽힌다.

'과거의 고통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을 끊어내기 위해 감행한' 시도였지만 자신의 악몽을, 서로의 악몽을, 객관화해 이야기하고 듣고 또 고혜경 선생님과 나누는 과정은 자못 흥미진진(?) 하다. '사건에 매몰되어 고통받던 트라우마를 넘어서 상처와 직면하되 현재의 삶과 내면의 힘을 복원해내는 과정'이 뭉클하게 전해진다.

책을 읽고 나서 보니 표지의 연한 분홍색 바탕 위에서 은빛으로 부유하는 저것이 눈물자국 같기도 하고 무의식의 흐름 같기도 해서 참 적합한 표지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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