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소외된 90%를 위한 비즈니스
폴 폴락 & 맬 워윅 지음, 이경식 옮김, 김정태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개발을 시행함에 있어서 이론가, 실행가 모두 고민이 많다. 

너무 많은 방법과 철학과 이론들이 개발 내에 논의되고 있어서, 시대별 트렌드만 가지고만은 이것이 제대로 된 개발일 것이요 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고, 현재까지도 갑론을박 중이다.

80년대 워싱턴 컨센서스를 거쳐오면서 개발의 패러다임은  무조건 퍼주기식 원조에서 조건부 원조, 미시적으로는 소액금융 (microfinance)에서 부터 기업가개발(entrepreneurship)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되고 발전되어 왔다. 효과적인 개발에 대한 논의는 주로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이루어 졌으나, 최근 이십여년 간에는 사회학자, 인류학자, 심지어는 공학자들까지 합세하여 판을 키워가고 있다.

본 책의 저자인 폴 폴락은 본래 의사지만, 평생을 개도국 ‘주민’들의 가난탈출을 위해 헌신해 왔다. 전작 '적정기술 그리고 하루 1달러 생활에서 벗어나는 법 (out of poverty)' 에 이어 개도국 주민 개개인의 가난을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방법에 대한 책을 썼다. 책을 읽기 전에는 개도국 주민이 어떤 사업을 할 수 잇을지에 대한, 즉 기업가 정신에 대한 책일 것이라 예상했으나, 오히려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개도국 주민을 대상으로 ‘내가’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지에 대해 알려준다.

책에서 기본으로 하고 있는 개념은 ‘제로베이스 설계’, 간단하게 모든 편견과 계획, 머리의 계산된 정보들을 버리고, ‘제로’에서 부터 새롭게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한 내용을 공유해보면
-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 어떻게 시장을 바꿀지 생각하라 : 컴퓨터가 북반구를 바꾸었듯이 시장을 바꾸는 아이템을 생각해야함
- 규모를 염두에 둔 설계 : 애초부터 10만개를 팔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함.
- 반드시 높은 수익을 내라
-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춰라 : 개도국 주민은  비싼걸 오래 쓰기보다 질은 좀 허접해도 싸게 여러번 사는걸 선호함 
- 유통에 대해 고민하라 :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다른지역에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게
- 제대로 된 브랜드를 만들어라.

고무적인 비즈니스 설계론을 살짝 던져놓은 다음, 폴락이 개도국에서 해왔던 비즈니스 (페달펌프, drip irrigation)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이 부분은 전작 out of poverty 와 다수 겹친다) 이어,  스탠포드 대학의 D-light design, 친환경 화장실 Fertiloo, 인도 물회사 Spring health 등 비교적 성공적으로 개도국에서 비즈니스를 개진한 아이템들을 소개해준다. 

이 책의 결론은 간단하고 분명하다. 
이제껏 주목받지 못했던 ‘지구의 남반구 (Global South)’에 1달러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에 오히려 기회가 많이 있음을 깨닫고, 이들을 대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아이템 찾기 정도가 될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모발 영양제나 스킨로션이 아니다. 깨끗한 물,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저렴한 음식, 좋은 집, 보건 혜택, 교육의 기회, 유용한 정보, 그리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도록 도와주는 여러가지 도구들과 이동 수단이다. 

1) 적어도 10억명의 가난한 농부들은 소규모 물주기 시설과 같은 소득 창출도구들을 값싸게 구입하지 못한다. 소출을 높일 수 있는 영농정보를 쉽게 구하지 못하고, 작물을 시장으로 쉽게 내다 팔지도 못한다.
2) 가난한 농부들은 작물보험에 들고 싶지만 들지 못했고,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보험과 상해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은 성공의 기회를 그만큼 박탈당한다.
3) 전세계에서 거의 10억명이 배고픔으로 고통받는데, 그들은 저렴한 가격의 ‘제대로 된’ 식품을 접하지 못한다.
4) 10억명 이상이 형편 없는 집에서 살아가는데, 100달러에서 300달러로도 제대로 된 집을 살 수 잇다면 중산층으로 올라설 힘이 생길 것이다.
5) 적어도 10억명이 제대로 된 화장실 없이 산다.
6) 10억명 이상이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7) 10억명 이상이 저렴한 교육 서비스를 접하지 못한다.
8) 10억명 이상이 값싸고 믿을 만한 보건 서비스를 접하지 못한다.
9) 10억명 이상이 공기를 오염시키고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조리 및 난방을 한다.''

책은 매우 고무적이고, 뒷편에 한국 사례인 햇빛영화관의 사례도 좋았으나, 실제적으로 아이템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10억명을 대상으로 한다는데! 

지역.지형 별 차이가 있겠지만, 대대로 내려온 땅 또는 소작땅에서 농사를 주로 짓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소득증대의 필요성을 극심히 느껴서 폴락의 아이디어에 동참하기란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어찌보면 너무 ‘미국적인’ 사고방식으로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극히 강조하지 않았나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본다.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의 용돈을 벌게 하고,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미국에서는 이렇게 하면 소득증대가 될텐데.. 라고 사고를 이어가는게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니라면, 적어도 내가 일하는 개도국에서는) 비즈니스로 소득증대를 해야지!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교육 받은 사람이거나, 본래 적극적인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나의 사례가 전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한국에서도 누구나가 다 사업을 하려고 하진 않듯이, 개도국도 마찬가지일 거라는게 나의 소견이다.

처음의 논의로 돌아가보면, 개발은행에서 엔지오, 개인적 기금에 까지 다들 다양한 방법과 의견을 가지고 개발을 하는데, 어느방법이 효과적이고, 효과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논의가 계속 이루어 질것이라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도 '효과적일 수도 있는’ 방법 중 하나를 제시한다고 생각하고 읽으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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