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권오길 교수의 구석구석 우리 몸 산책
권오길 지음 / 이치사이언스 / 2009년 6월
평점 :
최근 '존엄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뉴스가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존엄사 시행 환자인 김할머니 관련 소식이다. 식물인간이었던 김할머니는 국내에서 최초로 대법원의 존엄사 인정 판결을 받아 산소호흡기를 중단하였는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자가호흡을 하며 한달이 넘도록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존엄사 시행 전 의료진이 자가호흡 가능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호흡기를 떼었을 때만 해도 생명이 위험하다며 경고음이 울렸었는데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여기서 존엄사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인간의 생명이란 것이 얼마나 신비로운 지를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인간은 의학기술의 발달로 과거 불치병이었던 병들의 치료법도 개발하며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김할머니의 경우에서처럼 아직까지도 인간이 예측할 수 없고, 풀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구석구석 우리 몸 산책>은 우리 인간의 몸에 대한 지식을 전해주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인체가 워낙 신비로운지라 어려운 이야기일 수 밖에 없는데 저자가 최대한 쉽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책의 특성상 과학용어가 많다보니 영어나 한자를 많이 쓸 수 밖에 없는데 각 단어마다 친절한 설명을 함으로써 책을 읽어나가는 데 무리가 없게 했고 책의 마지막에 용어풀이까지 덧붙였다. 또한 인체에 대한 지식을 전하는 중간중간 저자의 생각이나 관련 속담, 사자성어 등도 언급하여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는 책을 재미나게 풀어냈다.
눈은 바로 시신경을 통해 뇌와 연결되어 있다. 실은 어머니 자궁(아기집) 안 태아胎兒 때, 처음에 먼저 뇌가 생기고 거기에서 점점 눈이 자라 나온다. 눈의 뿌리는 바로 뇌다. 뇌는 모두 두개골이란 딱딱한 뼈로 둘러싸였는데, 앞쪽으로 커다랗고 동그란 창구멍이 두 개 뚫렸고, 그리고 눈알이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눈은 바로 뇌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뇌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뇌에는 그 사람의 지능, 마음, 건강들이 들어 있다. 그래서 눈은 '마음의 창', 또는 '마음의 거울'이라고 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 사람의 희로애락을 다 담고 있는 것이 눈이렷다! (p. 10)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몸이 얼마나 신비로운 지 깨닫게 됐다. 우리 몸은 물리학, 화학, 경제학, 철학을 모두 담고 있는 것만 같다! 책을 한장한장 넘길 때마다 '아, 내 몸 속에서 이렇게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건강한 게 정말 가장 큰 복이다'라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또 지금 내 태중에 있는 새생명이 귀한 줄은 알았지만 그 신비로움에 다시금 놀라며 절로 감사의 기도가 나왔다.
누군가 일처리를 제대로 못하거나 생각없는 행동을 할 때 핀잔하는 말 중에 '머리는 액세서리로 달고 다니냐'라는 말이 있는데, 결코 아니다! 우리 몸 구석구석 그 어느곳 하나 괜히 달려있는 것은 없다. 단하나도 없다. 피부가 변한 손톱, 발톱도 쓸모가 있다. 손톱은 우리 몸이 건강한 지 살펴볼 수 있는 '건강의 거울'이며, 손톱이나 발톱이 없으면 손발에 힘을 제대로 줄 수가 없다. 많은 이들이 쓸모없다 여겼던 맹장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맹장은 퇴화하여 그 크기가 매우 작아지긴 했으나 그런 맹장이 우리 몸의 면역에 관여한다고 한다. 우리 몸에 붙어있는 기관들 뿐이랴, 먼지나 죽은 피부세포가 엉겨서 생기는 귀지조차도 쓸 데가 있다. 귀지는 우리의 피부를 세균으로부터 보호해 주며, 독성을 가지고 있어 벌레 같은 것이 귀 안에 들어와 귀지를 먹으면 죽는다고 한다. 지저분하다고만 생각했던 귀지도 우리 몸을 보호해주니 이 얼마나 고맙고 신비로운가.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할지어다.
이 책을 읽다보니 학창시절 생물시간에 배웠던 것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청소년들이 딱딱한 교과서 대신 이런 책을 통해 의학지식을 재미있게 접하면 참 좋을 듯하다. 좋은 책을 읽으며 내 몸이 얼마나 경이로운 지를 깨달았으니 앞으로라도 좋은 것을 먹고 좋은 생각을 하며, 내 몸을 좋은 일에 쓰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한번 뿐인 인생,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 몸뚱아리! 귀하게 여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