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다, 하지만 여전히 99˚C

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0˚C의 물이건, 99˚C의 물이건 끓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1'이 되지 않으면 물은 절대 끓지 않는다. 

최규석의 <100도씨>는 87년 6월 민주항쟁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사건은 6월 민주항쟁이지만, 그 이전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우리나라는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목적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국민들의 입을 막고 눈을 막아버리는,
그래서 몇몇 국민들은 죽어라 저항하는,
또다른 몇몇 국민들은 먹고 살기 바빠 그런 권력자들의 횡포와 국민들의 저항을 지켜만 보는,
그런 모양새 말이다.

87년 6월, 비참한 현실 앞에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고 항쟁에 참여한 영호도,
그보다 20년도 더 이전에 보도연맹 사건으로 죄없는 어머니를 잃은 영호의 어머니도,
그리고 이 만화를 보고 있는 나도
모두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만화 속 영호와 그의 어머니는 결국 '무지'에서 깨어나고 자신이 '아는 것', '알게 된 것'을 위해 싸우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 

권력에 순응하는 자와 권력에 저항하는 자 그리고 방관자.
이렇게 세부류의 국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방관자는 결과적으로 권력자들이 힘을 더 가질 수 있도록 도울 뿐이라는 작가의 말이 내 가슴을 찔렀다.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것. 참 힘들다. 

<100˚C>와 같은 책을 통해 우리네 민주주의를, 우리네 현대사를 다시 돌아보고 공부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일 테다. 이후에는 영호처럼, 그의 어머니처럼, 만화속 수많은 '평범한' 이웃들처럼 내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겠다. 그렇게 나도 '+1'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