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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 얼굴 - 무엇이 보통 사람을 영웅으로 만드는가?
김지승 외 지음 / 지식채널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기억할 것이다. 한 남자의 방화로 화재가 일어나 객차는 모두 불에 탔고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헌데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객차에 연기가 가득찼는데도 사람들은 손으로 입을 막을 뿐 열차 밖으로 나가질 않았다는 것이다.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는데도 열차가 곧 출발한다는, 평소와 다름없는 안내방송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고, 주변인들이 가만히 있으니까 별 일 없을 거라 생각하여 그렇게 큰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당시 열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 무지했던 것일까? 내가 그자리에 있었더라면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까?
안타깝게도 대답은 'NO'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착각하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있지만 막상 자신이 특정 상황에 처하게 되면 어리석다 생각했던 사람들과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왜 그런 것일까? 이 책은 인간이 상황에 지배 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애매한 상황에 놓일 경우 인간은 타인과 집단으로부터 행동근거, 합리성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상황'으로 인해 인간이 무지한 판단을 내리는 것 뿐만 아니라, '상황'은 인간의 내적 기질도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 2004년 이라크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을 학대하는 미군병사들의 사진이 공개돼 많은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 지, 분노를 일으키는 사건이었는데 그렇다면 그 미군들이 원래 그렇게 잔인한 성격의 사람들이기에 그랬던 것일까? 아니다. 성격이나 태도, 가치관과 같은 내적 기질이 특정 상황에 의해 통제되었기에 그들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대학교 신입생 수련회에서 지나친 얼차려로 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있지 않았나.
스탠퍼드 대학의 짐바르도 교수는 이에 대해 "썩은 사과(개인)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썩은 상자(잘못된 상황)의 영향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처럼 상황에 의해 통제당하기만 하는 나약한 존재란 말인가? 이를 반증하는 훈훈한 뉴스들이 있다. 지하철에 깔린 승객을 승강장에 있던 시민들이 힘을 합해 구한 사건이 있었고, 故이수현씨를 비롯해 선로에 떨어진 승객을 위해 몸을 던진 '용감한 시민'들이 있었다.

이처럼 인간은 상황에 통제 당하기도 하고, 반대로 상황을 통제할 수도 있는 존재이다. 우리 모두는 후자가 되기를 원할 텐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상황의 힘'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상황에 지배 당할 수 있는 것 자체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라 한다. 작은 상황요인의 변화가 전체 상황을 바꿀 수가 있다. 일상의 작은 것, 우리가 사소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전체 상황을 바꾸는 주요인이 될 수가 있다. 실례를 들면, 사람들이 쓰레기 무단투기를 하여 너무도 지저분해진 골목이 있었는데, 이곳에 작은 화단을 만들어놓았더니 신기하게도 그 다음부터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더라는 것이다. 작은 변화를 주었을 뿐인데 상황이 바뀌었다.
또한 상황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먼저 외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옳은 것은 함께 하자고 외칠 수 있는 용기. 앞에서 언급했던, 시민들이 힘을 합해 열차에 깔린 승객을 구한 사건에서도 분명 어느 누군가 먼저 객차를 밀기 시작했을 테다.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을 텐데 무슨 생각에서 객차를 밀었을까? 그 한사람의 작은 선(善)이 주변에 있던 많은 이들의 선을 이끌어냈다. 악이 퍼지듯 선도 퍼진다.
상황을 통제하려면 도움을 청할 줄 알아야 한다. 인간은 상황에 통제 당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에 그것을 표현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도와주세요'라는 작은 외침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방관자 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수의 목격자가 있으면 오히려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때 특정한 사람을 지목하여 도와달라 말하면 도움을 받을 확률이 굉장히 높아진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말을 하라. 한 드라마의 명대사가 생각나네.. "왜 바보같이 말을 못해!"
인간은 약하다. 동시에 인간은 강하다. 약점을 인정하고 맞설 때에 강해질 수 있다.
<인간의 두얼굴>은 실제 있었던 여러 사건들과 심리학자들의 실험, 자체적으로 실시한 실험들을 통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인간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실시했던 실험들이 흥미로운데(개인적으로 실험은 동명의 tv다큐를 통해 보는 것이 더 실감났었다) 실제 있었던 사건들만 소개하고, 이 실험들을 일일이 소개하지 못하는 게으름을 이해해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