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따귀 맞은 영혼 -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방법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장현숙 옮김 / 궁리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따귀 맞은 영혼>은 ‘마음 상함’이라는 주제에 대해 게슈탈트 심리학에 기초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대부분의 ‘마음 상함’은 과거에 해결되지 않은 욕구나 감정, 상처 등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본다. 이러한 ‘마음 상함’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며 가까운 사람으로 인해서, 나 자신에 의해서, 사소한 일에 의해서도 경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음 상함’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것일까?
다른 사람의 자극, 외부의 자극에 대해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면 이 ‘마음 상함’이라는 것도 피해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확고히 형성되어 있어야 하며, 그 결과 외부에서 자극을 받게 되어도 그 자극을 나름대로 의미화하여 하나의 과제로 인식하며 그것에 에너지를 쏟아 붓게 된다. 에너지를 쏟아 붓고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성취감을 느끼게 되지만, 이것이 그다지 쉽지는 않다. 여러 요인들─ 투사, 거부, 비판, 내사 등 ─로 인해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게 되고, 그 실패로 인해 자존감은 조금씩 망가지기 때문이다.
마음 상함을 입으면 수치심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수치심의 강도도 자존감의 안정성과 개별적 학습 과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가정에서 면박을 많이 받으며 자라거나 상대방에 대한 존경보다 평가와 간섭이 주로 행해지는 사회에서 자란 사람들은 수치심을 느껴 마음을 다치는 속도가 다른 사람보다 빠르다. 또한 수치심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죄책감, 죄의식으로 연결 될 수도 있다. 수치심을 극복하려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또, 상한 마음은 때로 분노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 분노가 또 다시 마음을 상하게 한다. 자신이 괴롭고 힘들었던 만큼 상대에게 그 고통을 돌려주려 하는, 소위 복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내부가 아닌 외부를 향해 몸을 돌리면서 자신이 더 강해지고 영향력이 더 커졌다고 느끼면서 자신이 경험한 공격성을 상대방에게 되돌려주게 된다.
수치와 분노 외에 고통도 마음 상함의 한 부분이다. 고통은 보통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져 있는데, 이 고통은 분노를 내면에서부터 키워간다. 그리고 이 분노는 외부로 표출될 수도 있지만, 내면으로 방향을 틀어 스스로를 처벌하는 자해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상 ‘마음 상함’의 모습들과 요인들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여러 가지 만남과 관계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며 서로에게 의존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배우자간의 관계, 직장에서의 관계, 교우 관계 등 살아가면서 맺는 여러 관계에서도 상처를 주고 받게 된다. 이제는 이러한 여러 관계들 가운데 일어날 수 있는 마음 상함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배우자 간 관계에서는 정서적으로 거부 당하는 느낌, 혹은 육체적, 성적으로 가까워지려는 소원이 거부 당했을 때에 크게 마음을 다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은밀한 주제이면서 수치심과 죄책감으로 물들기 쉬운 주제이기 때문에 마음을 다치는 정도도 클 수가 있다.
상담의 관계에서도 마음이 상할 수 있다. 내담자는 스스로가 상담을 받아야 하는 상황 자체에 대해서 이미 마음이 상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고 예민해질 수가 있다. 상담 관계에서 내담자가 크게 상처를 받은 경우 상담 치료를 중지해야 할 때도 있다고 하니 사람의 마음을 알고 돕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직장에서 역시 마음 상함을 경험할 수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거나 너무 힘든 과제를 맡았을 때에 의욕과 일의 능률이 저하되고, 상사나 동료들의 비판으로 인해 쉽게 마음을 상할 수 있다. 존중 받지 못한다는 느낌, 배척된다는 느낌, 모함을 당하는 느낌 등은 충분히 우리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직업에 있어서 존경과 인정, 자존감의 고양을 기대하기 때문에 마음을 다칠 가능성 또한 높은 것이다.
자, 이제 저자가 말하는 마음 상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많은 사람들은 마음을 다쳤다는 사실과 그 아픔을 처음에는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마음을 상하게 한 사람과 상한 사람 모두 서로를 원망하고 거부감에 차서 대하게 된다. 우리는 마음을 다치거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나약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자신의 욕구와 상처를 털어놓는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일정의 신뢰를 전제로 한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자신의 마음을 많이 열지 않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상담 치료가 바로 내담자에게 이러한 확신을 갖고 마음을 열 기회를 줘야 한다. 내담자가 자신의 속 마음을 털어놓아도 공격 받을 위험이 없다는 확신이 들어야 하며, 상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상담 치료의 가장 기본되는 전제이기도 하다. 상담 치료 관계에서 뿐 아니라, 교우, 배우자, 동료 관계에서도 마음 상함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된다.
마음 상했음을 고백하는 것 다음으로 마음 상함에서 벗어나는 길은 관계를 끊는 대신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다. 거리를 둔다는 것은 마음이 상한 상황으로부터 내면적 혹은 외형적으로 물러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관찰함, 방금 일어난 일을 이해하려고 노력함, 감정을 적당한 수준으로 축소시킴을 의미한다. 여기에 내면의 자부심을 극복해내고자 하는 결심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응법은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려움 없이 다시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번째 방법은 자기 고유의 심리적 주제를 인식하는 것이다. 마음 상함에는 어릴적 경험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내사와 불안 등이 되살아 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해당하는 특수한 주제를 잘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신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내사를 바꾸면, 자아가 발전하게 된다. 즉, 내사를 버리거나 바꾸고 나면 우리는 지금까지의 행동 양식에서 벗어나, 다른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춘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경험에 도전할 용기를 내고 위험을 감수할 태세를 갖추고 새로운 상황이 닥쳤을 때에 훨씬 유연하게 대처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자존감 확립하기가 네번째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의식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말과 행동, 자신에 대한 굳은 확신을 갖고 있다. 따라서, 마음이 상하는 일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자존감이 불안정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많이 상한다는 말인데, 자존감이 불안정한 이유로는 열등감, 찬란한 모습과 실제 모습이 조화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열등감은 자기 능력 밖의 일로써 감추고 싶은 부분을 말하며, 찬란한 자기 모습이란 노력하면 이룰 만한 '이상'을 말한다. 또한 실제란 자신의 감정과 욕구와 더불어 정체성을 느낌으로써 자신을 사실적으로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 세 가지 영역의 간격이 벌어질수록 각각의 영역은 관계없는 듯 여겨지고 하나의 통합된 자아는 점점 희미해지게 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 먼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기대와 이상을 재고해 보아야 하며 열등감이라는 것에 대해 변화를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열등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됐을 법한 배경을 찾아내 검토하거나 자신의 장점에 관심을 집중적으로 기울이는 것이 바로 열등감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또한 ‘창조적 표현’이란 것이 있는데 자신의 상한 감정과 열등감을 음악이나 그림 혹은 말로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을 표현하는 연습들을 통해 자신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다섯 번째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이 지속되면 우리는 자기 연민에 빠질 틈이 없을 것이다. 자기 나름의 마음 상함 속으로 뒷걸음질치지 않고 상대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중에는─ 그와 나의 마음을 이어주는 끈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신을 신뢰하며 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상대와 함께 문제를 풀기 위해 보다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
다음 방법은 사물을 다르게 보는 것이다. 마음 상함이라는 것은 특정 사건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발생한다. 이런 식의 의미 부여 행위를 줄이기 위해서는 형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추는 것이 좋다. 어떤 사건을 우리의 배경을 통해서 비뚤어진 형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관점을 변경하여 다른 각도에서 관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 변경에는 우리가 이 관점을 끌어들여 내면화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신체적 행동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한다. 몸을 움직여 감정을 표현하거나 정리하는 것 등의 행위는 마음 상함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의 신체를 움직이면서 우리 자신과 우리의 몸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며 주변 환경을 새롭게 지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몸의 움직이려는 그 의지로 육체적으로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마음 상함은 여러 계기와 여러 배경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 상함이라는 현상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나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타인들과 주변 환경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할 때, 또한 희망을 갖고 느긋해질 때, 우리는 마음 상함에 대해 보다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