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 표지,『칼의 노래』라는, 이상한 기운을 뿜는 제목 밑에는..
'이순신 ─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한없는 단순성'
'순결한 칼'

아.. 그 작은 글씨의 부제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부제'는 고사하고, 책의 제목인 '칼의 노래'조차 이해할 수가 없다.

작품 속 이순신은 마음 깊은 곳에서 '칭칭'거리는 칼의 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조금씩 자신을  
조이며 다가오는 적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소리일 수도 있고, '너와 나' 개인으로 보면 원수가 될 수 없으나 어쩔 수 없이 서로가 적이 되어 죽여야만 하는 참담한 현실의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의 마음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그 '칼의 노래'가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소리를 들으며 그가 매번 다짐하는 것은 자신이 죽어야 할 때에, 죽어야 할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죽겠다는 것이다.
전장에 나가 적의 손에 죽는 것이 그에게는 '자연사'이다.

그렇게.... 전쟁에 '길들여진' 그는, 전쟁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저세상으로 간 아들을 위해 목청껏 울 수 없는 못난 아비가 되어버렸고,
한 나라의 '종'의 신분으로 제 가정을 돌보지 못한, 못난 남편이 되어 버렸고,
홀어머니 가시는 길조차 배웅하지 못한, 먼곳에서 그 죽음을 전해듣고 입을 다문 못난 아들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순신.

나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임진년에 수많은 왜구들을 물리친 나라의 영웅? 적의 총에 맞아 죽어가는 순간에도 부하들의 사기를 염려하여 '내 죽음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라고 말한 위대한 장수?
하루에도 몇번이고 마주칠 수 있는.. 100원짜리 동전 안의 위인?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 만난 '이순신'은 수많은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의 모습을 넘어서서,

끝이 없는 정쟁(政爭)에 휘둘리는 무인으로서,
강국(명나라)의 압력 앞에 선 약소국의 백성으로서,
하루도 빠짐없이 들려오는 칼의 소리 가운데 고민하고 번뇌하던...... 그런 사람이었다.
한가지 주목할 것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이순신의 모습은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앞에서 말했듯, 그는 언제나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땅히 죽어야 할 때에, 죽어야 할 곳에서 생을 마감하겠노라고..

이렇게 '죽음'도 초월('초월'이란 표현을 쓰기가 사뭇 민망하다)한 채,
날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칼의 노래를 듣던 그이기에 '한없이 단순하다'는 것일까?

적에게 내리꽂던 칼도, 적이 그를 향해 겨누던 칼도.. 서로의 '자연스런' 죽음에 합당한 것이기에,
당연히 받아야 하는 운명이기에, '순결하다'는 것일까?

책을 읽으며 그의 숨결을 함께 느끼는 시간 되기를.


 

[인상깊었던 구절]
내가 적을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은 적에게 있을 것이었고,
적이 나를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은 나에게 있을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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