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맘 - 2012 이주홍문학상 수상도서, 2012 한국도서관협회 우수문학도서
조명숙 지음 / 산지니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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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인터넷 기사 중 자살한 한 고교생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아기 때로 돌아가 엄마 젖을 실컷 물고 싶다며 지금의 생을 거부하던 소년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시대의 단면을 기묘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소설집을 읽는 내내 떠올렸던 인터넷 기사 속 사회면의 어두운 단면 하나하나가 떠오르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삶도 그 소년과 마찬가지로 사회로부터 혹은 사랑하는 이로부터의 멀어지는 어두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비주류에 속하기 때문이다.

 

 「어깨의 발견」속 영주는 집단으로부터(친구의 무리)의 소외를 시작으로 가난과 장애(어깨가 자주 빠지는..)를 가진 반사회적 존재의 상징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과거 속 우상이었던 존재 에이의 추락으로 인한 관계의 단절을 보여주는 「거꾸로 가는 버스」를 시작으로 가족으로부터의 소외(「댄싱 맘」, 「까마득」),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괴로워하는(「나쁜 취미」)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마 이 글을 읽게 될 대다수가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외당하는 자’가 아닌, 「어깨의 발견」 속에서 ‘신경 쓰이는 존재’인 영주를 찾고자 하지만 결국 찾지 못하자 이런저런 수다를 일삼고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방관자’에 가까울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주류와 비주류, 소외 당하는 자와 소외를 명령하는 자의 이분법적인 논리로만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만은 아니다.

 

 단편 「까마득」에서는 현재 우리사회의 비주류라 할 수 있는 국제결혼 이주민인 ‘흐엉’을 바라보는 15살 화자의 시선으로 일종의 ‘연대의식’을 느낄 수 있었는데 15살 유리는 ‘흐엉’을 단순하게 ‘못살고 가난한 나라의 여성’이 아닌 ‘흐엉’으로 하여금 연민과 부러움의 감정을 동시에 가지게 되는 복잡한 캐릭터로 묘사하고 있음에 반가웠다.

 

 어쩌면 삶은 「나쁜 취미」속 마지막까지도 산산조각 부서지는 육체를 그리는 주인공의 삶처럼 지리멸렬한 것일 수도, 「비비」속의 이유없이 비비탄을 쏘아대는 콰르텟처럼 무미건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어둡고 단조로우며 이유없이 괴로울지라도 어두움을 발견하는 몸짓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그 몸짓을 멈추는 순간, 또다시 인터넷기사와 신문지상에는 도시의 어둠으로 도망치려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즐거웠던 것은, 폼잡지 않고 간결한 대화체의 문체 덕분이었다.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여정을 함께하며 소설 속 그들의 발걸음을 좇는 동안 그들의 삶이 즐거웠던 것은 아니지만, 내 자신에 대해 계속 질문하게 되고 이 세상의 ‘어두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조명숙 소설가를 처음 접한 소설집인데 감각적인 묘사들과 상황설정에 눈길이 갔다. 그녀의 장편소설집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상깊었던 구절 :

 

세상이 찬란한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가게의 작은 물건 하나, 구석진 강의실의 책상 모서리까지도 황홀하고 아름답게만 여겨져서, 시를 써볼까 궁리하기도 했었지.(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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