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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로 간 소신
이낙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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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식과감성>에서 서평단 모집 이벤트에서 처음 만난 책이다.
예쁜 표지에 예쁜 책 제목이 시선을 잡아끌더니 책 소개 글을 읽는데 '아! 이건 내가 좋아하는류의 책이잖아!' 싶어 신청했다.
일상을 소재로 한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일상을 소재로 한 글을 쓰고 싶은 나로서는 꼭 읽어 보고 싶은 책이었다.
'기억과 기록이 만난 에세이'라니! 어떤 내용일까?
거기다 왜 책 제목은 '달나라로 간 소신'일까?

 

두 딸의 아빠이자 오랜 시간 신문기자로 활동한 이낙진 작가님은 1968년생이다.
우리 엄마와 비슷한 연배라 그런지 외삼촌의 글처럼 포근하게 다가왔다.
격동의 80년대 학보사 학생기자를 거쳐 신문기자, 지금은 <한국교육신문>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한 줄 평 : '가족'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깊은 시선을 지닌 책이다.

 

책 제목이 '달나라로 간 소신'인 이유
2007년 '소신에 대한 소신'이라는 교육칼럼집을 준비하던 저자는 고향집에서 화분 받침으로 전락해 버린 족보를 발견한다.
2,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족보를 두 딸들에게 읽기 쉽게 하려고 살을 붙이고, 이야기를 만들어 정리를 한다.
10여년의 시간이 흐른 후 서랍 속에서 USB를 발견하고 '소신' 파일을 열어보게 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글을 주변에서 "교육칼럼보다 재미있다", "책으로 내라."는 권유를 받게 된다.
'소신에 대한 소신'이라는 교육칼럼 대신 전혀 다른 에세이를 내게 되어 '달나라로 간 소신'이라는 책 제목이 탄생하게 되었다.

'기억과 기록이 만난 에세이'

이 책의 구성이 특이하다.
15편의 글로 이루어져 있고 한 편 마다 10년차의 세월이 존재한다.
2007년 쓴 글에, 2018년 덧붙이는 글로 이루어져 있다.
차 안에서 끝말잇기를 하던 어린 두 딸들은 대학생, 고등학생이 되었고
긴 연휴동안 재밌게 읽었던 소설 《남한산성》은 영화 <남한산성>으로 개봉했으며
한 해 아래 학보사 후배의 딸이 시집을 가게 되어 결혼식장서 오랜만에 선후배가 모이는가 하면
잠실 롯데호텔 커피숍에서 소개팅하여 한눈에 반한 새내기 교사는 지금의 아내 '이선생'이 되어 있다.

moderato(보통 빠르기) , retardano(점점 느리게), a tempo(본래의 빠르기로) 음악을 표현하는 말로
목차가 구성 된 것도 독특하다.
음악에서 속도를 나타내는 것을 인생의 시기에 비유한 듯 하다.
안정된 시기, 천천히 기억하고 싶은 시기, 현재로 돌아와 살고 있는 시기.
나에겐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지금이 retardano(점점 느리게), 천천히 기억하고 싶은 시기이다.

◆ 책 속 글귀

 

p70
한 푼도 안 쓰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택시 탈 일 생겨도 버스 타고, 소갈비 대신 삼겹살을 먹어야 한다. 아이들 옷은 주로 얻어 입히고 또 물려 입혀야 한다. 백화점은 멀리하고 할인매장을 가끔 가야 한다. 그런 생활에 익숙해진 이 선생이나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일이다. 사치하지 않고, 낭비하지 않고, 헛되이 쓰지 않는다는 것이 또한 얼마나 고마운가. 이 선생의 심성이 그러하지 못한 사람이었다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경제적 여유 대신 마음 편한 행복을 주겠다는 다짐도 무능한 가장의 변명처럼 미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p80
첫 딸은 살림 밑천이라며 위로하듯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첫 딸을 '삶의 밑천'이라고 믿는다.

p110
나는 내려갈 때마다 할머니에게 5만 원의 용돈을 드렸다. 교회에서 여행을 간다고 하거나 다른 무슨 일이라도 있다고 하면 더 드릴 때도 있었다. 사탕이나 과자도 한 두 봉지 사서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적다면 적은 액수지만 특별히 무엇을 살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니 할머니에게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을 것이다.
주일 헌금하는 데 옹색하지 않도록 해드린 것이다. 심방예배를 집에서 드리는 날이면 그 용돈으로 대접할 다과를 준비했다고 하며 기뻐하셨다. 교우들이 손자 덕분에 잘 먹고 간다고 하면 그보다 더한 기쁨이 없었을 것이다. 나는 할머니에게 3대 독자 귀한 손자였지만 생각만큼 사랑을 받지 못했다. 할머니는 나보다 누나를 끔찍이 아끼셨다. 원주로 나와 할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초등학교에 다닐 때 누나에게는 가끔 100원짜리 동전이라도 주었지만 내게는 그러지 않으셨다. 누나랑 싸움이 나도 항상 나를 나무라셨다. 그럴 때면 "왜 나만 미워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한 적도 많이 있었다.

p178
꿈꾸던 세상에 꿈은 없고, 바라던 세상은 오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을 버틴 것은 내게 주어진 가족보다 내가 만든 가족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식구들이 살아야 하기에 집이 있어야 했고, 그 식구들이 살아야 했기에 감춰진 용기를 드러낼 엄두가 없었다. 누구에게 털어놓지도 못한 미련한 소신을 아직까지 부여잡고 있는 것 또한 그런 이유일 것이다. 86세대는 그런가보다.

p182
그날부터 열병이 시작됐다. 첫 모습에서 바로 이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내 나이 스물여덟. 연애란 모름지기 밀고 당김이 있어야 할 텐데 만나자마자 이 선생이 마음속에 쏙 들어와 버렸으니 당기기는 하되 밀어낼 수는 없었다. 그전에도 몇번의 소개팅 경험은 있었으나 이렇게 마음이 흔들려 본 적은 없다. 매일매일 각인된 첫 모습이 떠올라 다른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떻게 하든 약속을 잡아 만나고, 돌아서면 또 보고 싶어졌다.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책을 읽으면서 가족 생각이 안날 수가 없었다.
나의 유년시절, 대학생활, 연애할 때,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현재까지의 시간을 아울러 생각해보게 된다.
《달나라로 간 소신》은 '가족'을 바탕에 둔 글이다.
저자가 유년시절 기억하는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고모의 모습들.
아내와 연애할 때, 아빠가 되어 두 딸을 키우며 느끼는 감정들.
학보사 학생기자 시절을 거쳐 신문기자 생활을 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모두 일상을 기록한 글이고 그것이 역사로 기록되어 《달나라로 간 소신》이라는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부모님이 살아계신 동안 어떤 효를 행할 수 있을까?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이 '나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란 생각을 항상 하게 해주었다.
그 사랑과 믿음 덕분에 아픈 사람을 돌보는 '간호사'란 꿈을 처음으로 꾸게 됐다.
남동생보다 나를 더 예뻐하시던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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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은 교수의 자기 사랑 노트 - 2009년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오제은 지음 / 샨티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첫 장을 펼치면 이런 문구가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책을 덮고서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더 사랑하게 됐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가장 소중한 '나'를 만나러 가는 여행이라 표현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어릴 적 아빠는 무섭고 엄했다. 주말이면 모임으로 집에 없는 날이 많았고 점점 그게 당연해지고 편해지기도 했다.
아빠는 늘 어려웠고 술과 친구를 좋아하는 아빠가 가정엔 소홀하다 여길때도 많았다.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 아빠와의 관계에서 오는 빈 공간이 컸다. 
지금도 긴 대화를 나누기엔 어색한 부녀 사이지만 오히려 아빠가 (술을 마셨을 때) 사랑한다 딸, 고마워 딸, 하는 애정표현을 나보다 더 많이 한다.
어른과의 관계가 어렵고 경직된 것도 아빠와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 크다 생각된다.
어른들에게 실수할까봐 조심스럽고 마음에 들지 않을까봐 내 감정을 숨기려고 애쓴다.
그것은 시댁에 가서 특히 두드러진다.
어른들에게 살갑게 다가가는 것 자체가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고 가면을 쓴 채 그렇게 행동한 날에는 기진맥진 하게 된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 눈치보고 주눅들어 있는 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길 꺼려 하는 나
이 모든것이 부모와의 관계와 관련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힘들게 했다.
모든것을 부모 탓으로 돌리는 것 같아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푸름이 아버지가 쓴 <사랑하는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으려면>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었다.
나도 잊고 있었던 내면아이를 마주하는게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 

 

<자기 사랑 노트>는 내면 아이를 마주했던 첫 감정보다는 덜 했지만 잊고 있던 혹은 몰랐던 내 감정을 파고 드는게 어려웠다. 
저자는 집단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운영할 때의 사례를 들며 자신의 치부, 속사정까지 모두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럼으로써 치유되고 변화된 모습을 적었다. 
나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배우자, 자녀와의 관계에 비슷하지만 다른 점을 알았다.

Q. 성(性)이 다른 부모와의 관계, 곧 당신이 아들이면 어머니와의 관계, 딸이면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당신이 한 역할과, 배우자나 이성 친구와의 관계에서 당신이 하는 역할은 무엇이며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가요?

<나의 역할>
아빠에겐 효도하는 딸이 되고 싶고 남편에겐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 
<비슷한 점>
아빠와 남편의 비슷한 점이라면, 화낼 때 호랑이처럼 무섭다는 것이다. (둘 다 호랑이띠)
<다른점>
지금은 아니지만 어릴 적 기억 속의 아빠는 별 것 아닌 일에 쉽게 화를 내고 술을 먹으면 좀 더 격해졌다.
남편은 어쩌다 하는 다툼에서 서로 격앙되었을 때, 자신이 이해받지 못했다 생각될 때 크게 화를 낸다.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어릴적 싫어했던 아빠의 모습(화낼때 무서운)이 남편에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렇다면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어떨까?

Q. 부모와의 관계에서 자녀로서 당신이 한 역할과 자녀와의 관게에서 부모로서 당신이 하고 있는 역할은 무엇이며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나의 역할>
아버지의 자랑, 아이들의 자랑이 되고 싶다.
<비슷한 점>
자랑스러운 딸,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
<다른점>
아빠에겐 외모, 직장, 결혼 처럼 외적으로 보이는 자랑이 되고 싶은게 컸다. 
(00네 딸은 예쁘더라, 00네 딸은 직장도 좋은데 다니더라, 00네 딸은 결혼도 잘 갔더라. 하는 남에게 보이는 모습에서 자랑이 되고 싶었다.)
아이들에겐 내적으로 우러나는 것에 있어 자랑이 되고 싶다. 
(00네 엄마는 참 따뜻하고 다정하더라, 00네 엄마는 편안하더라,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을 수 있더라. 하는 풍기는 분위기나 성격에서 아이들에게 자랑이 되고 싶다.)

내가 되고 싶었던 딸의 모습이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이 또한 비슷하지만 다르다.

 

"치유의 핵심은 '내가 나를 잘 돌보는 것'이다.
상처받은 내면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부둥켜안는 것이다.
상담자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새로운 부모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성인인 나와 내면아이가 대화하면서 최고의 파트너,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에게 상처 받은 내면아이가 있다면, 부모에게서 받고 싶었던 무언가를 받지 못했다면 그것을 내가 스스로에게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치유다. 아빠와 스스럼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늘 부러웠다. 그런 관계를 어릴적부터 동경해왔다.
나도 아빠랑 좀 더 편하게, 어렵지않게 다가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랬지못했다 하더라도 이제부터라도 만들어가면 된다.
좀 더 살가운 딸이 되도록 아빠에게 한발짝 먼저 다가서면 되는 것이다.
아빠는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나를 볼 때마다 안쓰러워 한다. 아들 둘 키우는 딸이 힘들어보이니 마음이 쓰이시는지 볼 때마다 "힘들제" 하고 말하신다. 그럴 때 마다 "괜찮아요" 하곤 했었다. 

대화도 묻고 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엄마와만 사진 찍을 것이 아니라 사진 찍기 좋아하는 아빠랑도 함께 사진을 찍어야겠다.
가끔씩 아무 일 없이 아빠에게 전화도 걸어야지. 이건 오늘 당장 실천해야겠다.
어릴 땐 어렵고 무서웠던 아빠지만 커 갈수록 딸에 대한 사랑을 더 표현하는 아빠이기도 했다.
그 표현을 이젠 딸인 내가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렇게 크기 까지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잘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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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이야기 세트 - 전3권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경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빨간머리 앤 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설레고 두근거립니다~ 이런 명작은 두고두고 소장해서 꺼내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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