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은 교수의 자기 사랑 노트 - 2009년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오제은 지음 / 샨티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첫 장을 펼치면 이런 문구가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책을 덮고서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더 사랑하게 됐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가장 소중한 '나'를 만나러 가는 여행이라 표현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어릴 적 아빠는 무섭고 엄했다. 주말이면 모임으로 집에 없는 날이 많았고 점점 그게 당연해지고 편해지기도 했다.
아빠는 늘 어려웠고 술과 친구를 좋아하는 아빠가 가정엔 소홀하다 여길때도 많았다.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 아빠와의 관계에서 오는 빈 공간이 컸다. 
지금도 긴 대화를 나누기엔 어색한 부녀 사이지만 오히려 아빠가 (술을 마셨을 때) 사랑한다 딸, 고마워 딸, 하는 애정표현을 나보다 더 많이 한다.
어른과의 관계가 어렵고 경직된 것도 아빠와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 크다 생각된다.
어른들에게 실수할까봐 조심스럽고 마음에 들지 않을까봐 내 감정을 숨기려고 애쓴다.
그것은 시댁에 가서 특히 두드러진다.
어른들에게 살갑게 다가가는 것 자체가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고 가면을 쓴 채 그렇게 행동한 날에는 기진맥진 하게 된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 눈치보고 주눅들어 있는 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길 꺼려 하는 나
이 모든것이 부모와의 관계와 관련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힘들게 했다.
모든것을 부모 탓으로 돌리는 것 같아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푸름이 아버지가 쓴 <사랑하는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으려면>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었다.
나도 잊고 있었던 내면아이를 마주하는게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 

 

<자기 사랑 노트>는 내면 아이를 마주했던 첫 감정보다는 덜 했지만 잊고 있던 혹은 몰랐던 내 감정을 파고 드는게 어려웠다. 
저자는 집단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운영할 때의 사례를 들며 자신의 치부, 속사정까지 모두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럼으로써 치유되고 변화된 모습을 적었다. 
나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배우자, 자녀와의 관계에 비슷하지만 다른 점을 알았다.

Q. 성(性)이 다른 부모와의 관계, 곧 당신이 아들이면 어머니와의 관계, 딸이면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당신이 한 역할과, 배우자나 이성 친구와의 관계에서 당신이 하는 역할은 무엇이며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가요?

<나의 역할>
아빠에겐 효도하는 딸이 되고 싶고 남편에겐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 
<비슷한 점>
아빠와 남편의 비슷한 점이라면, 화낼 때 호랑이처럼 무섭다는 것이다. (둘 다 호랑이띠)
<다른점>
지금은 아니지만 어릴 적 기억 속의 아빠는 별 것 아닌 일에 쉽게 화를 내고 술을 먹으면 좀 더 격해졌다.
남편은 어쩌다 하는 다툼에서 서로 격앙되었을 때, 자신이 이해받지 못했다 생각될 때 크게 화를 낸다.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어릴적 싫어했던 아빠의 모습(화낼때 무서운)이 남편에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렇다면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어떨까?

Q. 부모와의 관계에서 자녀로서 당신이 한 역할과 자녀와의 관게에서 부모로서 당신이 하고 있는 역할은 무엇이며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나의 역할>
아버지의 자랑, 아이들의 자랑이 되고 싶다.
<비슷한 점>
자랑스러운 딸,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
<다른점>
아빠에겐 외모, 직장, 결혼 처럼 외적으로 보이는 자랑이 되고 싶은게 컸다. 
(00네 딸은 예쁘더라, 00네 딸은 직장도 좋은데 다니더라, 00네 딸은 결혼도 잘 갔더라. 하는 남에게 보이는 모습에서 자랑이 되고 싶었다.)
아이들에겐 내적으로 우러나는 것에 있어 자랑이 되고 싶다. 
(00네 엄마는 참 따뜻하고 다정하더라, 00네 엄마는 편안하더라,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을 수 있더라. 하는 풍기는 분위기나 성격에서 아이들에게 자랑이 되고 싶다.)

내가 되고 싶었던 딸의 모습이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이 또한 비슷하지만 다르다.

 

"치유의 핵심은 '내가 나를 잘 돌보는 것'이다.
상처받은 내면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부둥켜안는 것이다.
상담자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새로운 부모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성인인 나와 내면아이가 대화하면서 최고의 파트너,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에게 상처 받은 내면아이가 있다면, 부모에게서 받고 싶었던 무언가를 받지 못했다면 그것을 내가 스스로에게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치유다. 아빠와 스스럼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늘 부러웠다. 그런 관계를 어릴적부터 동경해왔다.
나도 아빠랑 좀 더 편하게, 어렵지않게 다가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랬지못했다 하더라도 이제부터라도 만들어가면 된다.
좀 더 살가운 딸이 되도록 아빠에게 한발짝 먼저 다가서면 되는 것이다.
아빠는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나를 볼 때마다 안쓰러워 한다. 아들 둘 키우는 딸이 힘들어보이니 마음이 쓰이시는지 볼 때마다 "힘들제" 하고 말하신다. 그럴 때 마다 "괜찮아요" 하곤 했었다. 

대화도 묻고 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엄마와만 사진 찍을 것이 아니라 사진 찍기 좋아하는 아빠랑도 함께 사진을 찍어야겠다.
가끔씩 아무 일 없이 아빠에게 전화도 걸어야지. 이건 오늘 당장 실천해야겠다.
어릴 땐 어렵고 무서웠던 아빠지만 커 갈수록 딸에 대한 사랑을 더 표현하는 아빠이기도 했다.
그 표현을 이젠 딸인 내가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렇게 크기 까지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잘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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