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지만 가슴 짠한 이야기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
장차현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5월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먹자>는 저자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이혼을 하고 혼자 사는 엄마가 다운증후군을 가진 딸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담은 만화다. 독신모에 거기다 장애를 가진 딸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하면 사회의 온갖 편견에 힘들고 고생하면서 살아가는 울고 짜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지만 이 책은 당찬 독신 엄마와 그녀의 씩씩한 딸의 솔직하면서도 유쾌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만화가 주는 재미 때문만이 아니라 사는 게 즐거운 씩씩한 모녀의 삶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한다. 하지만 유쾌함 속에서도 가슴 짠해지는 느낌이 마냥 즐겁게 읽을 수만은 없게 한다.

이 책은 참 솔직하다. 어쩌면 감추고 싶을지 모르는 상처인 이혼녀이며 다운증후군의 아이를 키운다는 것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저자는 이게 왜 상처가 되냐고 당당하게 외치고 있다.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 상처도 받지만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먹자!' 하고 힘을 내는 모녀를 보면 괜시리 나도 힘내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같이 살 비비고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것이 가족이구나 하는 걸 새삼느끼게 해주는 책이 아닌가 한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편견과 차별을 생각하면 그 속에서 앞으로 은혜도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겠지만 여성장애인들이 가진 '장애'가 삶에 있어서 장애가 아니라 남과 조금은 다른 개성으로 받아들여져 은혜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