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이 있다 - 그래도 다시 일어서 손잡아주는, 김지은 인터뷰집
김지은 지음 / 헤이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니'라는 말은 참 좋다. 선배와도 다르고, 누나라는 말과도 느낌이 다르다. 세상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세뇌시키지만 살아보니 알겠다. 언니가 얼마나 좋은지. 술에 취해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하는 나를 끝까지 옆에 앉아서 다독여 주던 사람도 언니였고, 갑자기 몰아친 외로움에 전화를 했을 때 한 시간 동안 하소연을 받아준 것도 언니였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같이 고민해주고, 함께 기뻐해 주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가방을 뒤지던 언니들. 10년 후 저런 모습으로 살면 좋겠다 싶었던 언니들이 있었기에 그래도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지은 기자의 <언니들이 있다>에 소개된 인물들도 그런 언니들이다. 여자에게 불평등한 사회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며 다른 여자들에게 길을 만들어준 언니들. 그녀들이 있었기에 조금은 살기 좋아졌고, 그녀들이 있었기에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갱신하며 여대생들에게 롤모델이 되었던 언니 최인아, 권력에 의한 성폭력을 공론화 시켰던 언니 최아룡, 현장의 여성학자 언니 이나영, 기록을 통해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언니 김일란, 풀뿌리 정치 운동을 하는 언니 이진순, 연세대란 간판을 버리고 장애 동생의 자립을 돕는 언니 장혜영, 하나님이 과연 이성애자만 사랑하고 동성애자는 사랑하지 않을까요라고 묻는 언니 김인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언니 배은심, 첫 마음을 지키는 청와대 대변인 언니 고민정, 17년간 기자로 살다 옥상 화가가 된 언니 김미경, INF 때 한국인들에게 용기를 주었던 언니 박세리, 오늘이 아닌 내일을 꿈꾸는 언니 곽정은.

12명의 언니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울컥하는 마음에 몇 번씩 책을 내려놓았다. 아픈 것도 싫고, 싸우는 것도 싫고, 그저 내 한 몸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소심한 나에게 언니들의 도전은 부럽기도 하고, 삶을 반성하게도 한다.

내가 원하는 삶, 나를 부정하지 않는 삶,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기 위해 그녀들은 부단히 세상과 싸우고 부딪쳤다. 이런 언니들이 있기에 내가 좀 더 살기 쉬워졌다는 사실에 부채감과 감사함을 느낀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이 시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골라 담은 것이다. 세상은, 사회는 여자이기에 약자로 취급했고, 소수자로 봤으며, 배제의 대상으로 여겼지만, 그들은 ‘다르게 살기’로 맞섰다. 그들이 삶의 우여곡절과 고비, 세상의 유리 천장에 어떻게 응수했는지가 담긴 인생 실전이다. 그 끝에 얻은 행복의 비결 또한 응축돼 있다. - <인터뷰를 시작하며> 중에서

<언니들이 있다>는 자신을 찾기 위해 싸우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줄 것이다. 혼자라 생각할 때는 외롭고 힘들지만, 함께라 생각하면 더 힘이 나지 않는가. 이런 언니들이 있어 고맙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런 언니가 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