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행 2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 / 열림원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한국에 있을 때 나는 한국의 말과 역사를 좋아했다.

미국에 오고나서 나는 내 나라 한국이 이 거대한 미국 땅에 비해 너무 작고, 보잘 것 없으며, 사람만 바글바글한, 특별하게 매력을 끌 것도 없는 나라다..라는 생각에 내 나라가 부끄러웠다. 나는 도대체 왜 한국사람으로 태어나서 이 고생을 하는가? 미국사람으로 태어났으면 고생스럽게 영어를 배울 필요도 없고, 미국 사람으로서 미국에서 잘 먹고 잘 살 것을.

이런 했던 나의 생각을 우연히 읽게 된 이 책(흑백사진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 책의 사진이 좀 있어 보였다. 그리고 외국 스님이 별 볼일 없는 한국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사나..어디 한 번 살펴보자 하는 심정이었다.)을 통해서 바꾸게 되었다.(아는 친구가 읽으라 몇 번 권했으나, 하버드란 말에 귓등으로 흘린 것이 몇 개월이었다. 또 그렇고 그런 뻔한 얘기..똑똑하고 잘난이들의 지겨운 자기자랑..그 쯤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아, 나의 교만과 어리석은 선입견.)

한국을 부정하면서부터 느꼈던 내면의 고통(한국인이면서 그 자체를 부정하고 픈 욕구에서 발생되는)의 이유를 발견하고, 원래 좋아했던 내 나라에 대한 감정을 되새길 수 있었다. 아, 맞다. 따뜻하고 정이 많은, 약속 잘 지키고, 한 번 내뱉은 말에 책임감을 느끼는, 끈기와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나의 나라.

미국에 산 지 이제 거의 4년이 되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아무리 마이클 잭슨처럼 성형수술을 몇 번 받아 피부색을 바꾼다고 쳐도, 내 안의 한국정서, 문화, 느낌들은 벗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나라는 자체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따로 존재하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나 자체인 것이다. 그것을 부정하면 할수록 더욱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나의 나라를 인정하고,  한국인임을 인정하는 과정은 중요하다. 그것은 곧, 내 자신을 인정하고, 나를 찾아가는 여정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나 또한 그렇다. 불교에 대한 관심과 스님들의 희생과 자기찾기에 대한 노력에 머리숙여 존경심을 가지게 된다.

내 나라의 깊은 정신세계와 진정한 아름다움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외국 스님에게서(내가 추앙해마지 않던 이 땅을 버리고 과감히 한국으로 가 불자가 된) 깨닫게 되어 부끄러움 마음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이러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진정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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