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부엌 - 냉장고 없는 부엌을 찾아서
류지현 지음 / 낮은산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책 제목만 보고 가졌던 나의 선입견은 책을 펼치기도 전에 저자의 TED 강연을 보고 깨어진다. 사랑스러운 그녀의 TED 강연이 일단 나를 혹하게 만들었다. 디자이너로서 석사 프로젝트를 위해 시작한 그녀의 작품이 단순하면서도 아름답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이탈리아인 남편과 결혼하여 유럽과 남미 대륙의 낯선 부엌들을 탐구하며 써내려간 그녀의 여행기에서 나는 그녀는 단순히 타샤 튜더나 헬렌 니어링의 뒤를 쫓는 슬로라이프를 추구하는 걸 보여주고자하는 그렇고 그런 쿨내나는 스타일리스트가 아니라 정말 진지한 자세로 끈질기게 리서치를 거듭하는 과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십년간 완두콩을 기르는 멘델이나 갈라파고스를 샅샅이 뒤져내는 다윈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건 내가 지나친걸까?

 

책은 읽기 쉽다. 특히 여행기를 좋아하는 내게 평범한 사람들의 은밀한 속살 같은 부엌을 탐방하는 세계 여러나라의 화보가 실린 3장은 몇번이고 다시 펼쳐보았다. 당장 감자박스에 사과한 알을 넣고 양배추는 물에 담그고.. 이런저런 팁들을 실생활에 적용가능해 유용하기까지하다.

 

알라딘에서 주최했던 친밀했던 저자강연회에 갔던 것도 정말 좋은 기억이었다. 친절하신 편집자님과 매력적인 작가님께 빚진 기분이 들어 몇십년만에 리뷰도 쓰게 되었다. 류지현 작가님 앞으로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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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 & Tree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과 나무 이야기
마리안네 보이헤르트 지음, 마리아-테레제 티트마이어 그림, 이은희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그저 인터넷 상에서 웹서핑을 하다가 표지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냥 무작정 산 책이다. 책을 받아보고는 처음엔 좀 실망을 했었다. 훌훌 넘겨 들여다본 도판들은 생각보다 예쁘지 않게 느껴졌던 것이다. 며칠간 같이 주문했던 다른 책들을 읽느라 한켠에 밀려있던 이책을 얼마 뒤 다시 들어 차근차근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꽃과 나무들에 대한 짧은 설명 뒤에 곁들여진 첫눈에 투박하게 느껴졌던 수채화로 그려진 도판들은 오래 들여다볼수록 마음에 남았다.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 그린 그림이라기 보다는 단숨에 그려낸 듯한 그림 특유의 힘이 느껴진다.또한 저자가 나긋나긋 조용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이런저런 꽃말이나 신화나 종교, 문학 속에 나오는 식물들의 이야기들도 기분 좋게 들렸고 서양인의 입장에서 본 동양의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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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누드로부터 시작되었다 - 누드에서 출발하는 미술사, 코믹 역사북 시리즈 8 코믹 역사북 시리즈 8
리차드 아머 지음, 서현정 옮김 / 시공사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그림이 많은 책도 좋아하고 그림에 관련된 책도 좋아한다. 그렇기에 여기 알라딘에 오면 특별히 찾는 책이 없는 한 우선 신간과 추천도서들을 훑어 보고나서 다음으로 들러보는 곳은 예술코너이다. 며칠전 주문해서 읽게 된 리쳐드 아머라는 작가의 코믹 역사물 시리즈 중 한 권인 '모든 것은 누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누드에서 출발하는 미술사라는 부제때문에 선택했던것 같다.

미술사 관련서적인 것에 비해서는 관련 그림이 없다는 것이 좀 아쉬웠지만 신문만평의 삽화를 연상케하는 내용에 대한 과장된 삽화들이 있기에 그럭저럭 술렁술렁 책장이 넘어갔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아담이 세계최초의 화가라는둥 하는 썰렁한 농담은 마음에 안들었지만-거의 모든 서양 미술사책들이 라스코 동굴벽화에서 시작되는 것에 동조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억지로 그런 에피소드를 넣은 듯 했다-점차 읽어가면서 작가 특유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농담인지 알 수 없는 말투에 익숙해지면서 그 분위기에 젖어들어 그냥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보통 머리아픈 책에서나 볼 수 있는 페이지마다 몇 개 씩 되는 각주들은 모두 농담인데다가 덩달이 시리즈처럼 화가들의 이름이 연상시키는 단어들을 물고 늘어진다.

서양미술사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정말 농담과 진실을 구별할 수 없는 헛소리들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대표적인 화가의 대표적인 그림정도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나 정도의 사람들이 읽기엔 한나절의 유희가 될 만 하다. 기억이 안나는 그림들을 다른 자료에서 찾아보면서 읽어보면 아마 그의 농담이 빛이 발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양미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 미국인 특유의 썰렁한 농담을 들으면 소화가 안되는 사람들, 미술사에 대한 정통적 지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추천이지만, 에코식의 풍자가 정말 우스운 사람들, 학자연하는 사람들이 짜증나는 사람들, 머리아픈 미술사 책들이 싫증난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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