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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부엌 - 냉장고 없는 부엌을 찾아서
류지현 지음 / 낮은산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책 제목만 보고 가졌던 나의 선입견은 책을 펼치기도 전에 저자의 TED 강연을 보고 깨어진다. 사랑스러운 그녀의 TED 강연이 일단 나를 혹하게 만들었다. 디자이너로서 석사 프로젝트를 위해 시작한 그녀의 작품이 단순하면서도 아름답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이탈리아인 남편과 결혼하여 유럽과 남미 대륙의 낯선 부엌들을 탐구하며 써내려간 그녀의 여행기에서 나는 그녀는 단순히 타샤 튜더나 헬렌 니어링의 뒤를 쫓는 슬로라이프를 추구하는 걸 보여주고자하는 그렇고 그런 쿨내나는 스타일리스트가 아니라 정말 진지한 자세로 끈질기게 리서치를 거듭하는 과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십년간 완두콩을 기르는 멘델이나 갈라파고스를 샅샅이 뒤져내는 다윈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건 내가 지나친걸까?
책은 읽기 쉽다. 특히 여행기를 좋아하는 내게 평범한 사람들의 은밀한 속살 같은 부엌을 탐방하는 세계 여러나라의 화보가 실린 3장은 몇번이고 다시 펼쳐보았다. 당장 감자박스에 사과한 알을 넣고 양배추는 물에 담그고.. 이런저런 팁들을 실생활에 적용가능해 유용하기까지하다.
알라딘에서 주최했던 친밀했던 저자강연회에 갔던 것도 정말 좋은 기억이었다. 친절하신 편집자님과 매력적인 작가님께 빚진 기분이 들어 몇십년만에 리뷰도 쓰게 되었다. 류지현 작가님 앞으로 계속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