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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박준,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언젠가 잡지 페이퍼에서 On the Road라는 책에 대한 리뷰를 보았다. 리뷰라기보단 개인적인 감상글이라고 해야 할까? 그 감상글은 김원씨가 썼던 걸로 기억한다. 그 글을 읽고,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이라고 생각했고 얼마 전 사서 조금씩 보고 있다.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은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 박준이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카오산 로드는 태국 방콕의 카오산에 위치한, 말하자면 배낭여행자들의 메카 같은 곳이라고 한다.
‘게스트 하우스와 여행사 등 여행자를 위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곳, 카오산은 항상 전 세계에서 모여 든 배낭여행자들로 넘쳐난다. 늘 여행자들이 흘러 들어오고 흘러 나가는 카오산은 여행이 시작되는 곳이면서 동시에 끝나는 곳이다. 일단 카오산으로 가면 된다는 말은 여행자들에게 걸린 주문 같다. 여행을 처음 나선 사람도, 몇 년씩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도 여행에 필요한 게 있다면 카오산으로 가면 된다.’
책 안에는 작가가 인터뷰한 열 네 명의 장기여행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사실 이 책은 같은 이름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를 다시 엮어 낸 것이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몇 년째 여행을 하고 있는 그들 가운데는 우리나라 사람도 있고 외국인도 있으며 오십대의 부부도 있고 고등학생 소녀도 있다. 10년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훌쩍 떠나 온 사람도 있고 살아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 온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모두 자유롭다.
사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 그것은 나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모르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아도 별다른 큰 문제는 결코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그들은 아무도 내일에 대해, 미래에 대해 미리 앞선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되돌아가야 할 생활에 대해 초조해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며 하루하루를 반짝이는 즐거움으로 채워 나갈 뿐이다.
나도 그들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 아니 자유롭게 살아야겠다.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살아도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 나는 알고 있다.
박준은 책의 마지막에서 이렇게 말한다.
‘왜 꿈만 꾸고 있는가. 한번은 떠나야 한다. 떠나는 건 일상을 버리는 게 아니다. 돌아와 일상 속에서 더 잘 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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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동안 지난 유럽여행에서의 추억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외국여행이란 분명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경험들을 우리에게 쥐어 준다.
가령, 지저분하고 오줌 냄새 비슷한 냄새가 나는 파리의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멀리서 들어오는 지하철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차의 바퀴가 아닌 화물차의 바퀴 같은 커다란 타이어가 달려 있는 것을 보았을 때의 기분이라든가, 루체른에서 퐁듀를 먹어 보겠다고 퐁듀가 메뉴에 있을 법한 식당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찾아냈지만 멀찌감치서도 풍겨 오는 그 냄새에 겁먹고 포기할 떄의 기분이라든가, 1리터가 넘는 커다란 사이즈의 사이다 유리병을 배낭에 넣어 가져갈까 말까 했던 진지한 고민이라든가, 피렌체에서 로마로 향하는, 실내 온도가 40도가 넘는 열차 안에서 정신은 혼미해져만 가는데 마실 수 있는 물이라고는 뜨뜻미지근하고 짭조름한 탄산수(!)밖에 없을 때의 기분이라든가, 세뇨르 세뇨리타- 하며 시작되는, 차장 아저씨가 직접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듯한 로마 지하철의 정거장 방송을 들으며 목적한 역에서 지하철 문 손잡이를 올려 문을 여는 기분 같은 것들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 어쩌면 그런 것들은 아주 사소한 것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여행에서는 현실에서 벗어난 나를 만날 수 있다. 현실에서의 내가 아닌 다른 나를 만난다는 것. 그것은 분명 외국여행에서밖에는 얻을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