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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흩날리는 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4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책을 주로 구매하는 인터넷 서점을 들어갈때마다 이상하게 메인 화면에 이 책이 보였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기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했지만 들어갈때마다 보이니 자연스럽게 유심히 보게 되었다.

표지를 보면 까만 바탕에 한 여자의 얼굴이 보이고 푸른꽃이 있다. 여자가 누워있는 아랫부분이 물일꺼란 생각을 했던것은 왜일까...푸른꽃이 떠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혹은 이와 비슷한 이미지 사진을 내가 봤던 까닭인지는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외로움, 고독, 쓸쓸함이 느껴지는 표지이미지였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결국 다른 책을 구입하면서 함께 주문을 해버렸다. 그래놓고 쉬이 손에 들지 않았던 까닭은 책이 두꺼워서였나? 요즘들어 이상하게 두꺼운 책을 읽기가 싫어지고 있다.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가장 깊이 있고 잔혹한 시선! 일본 하드보일드의 전설이 된 위대한 작품을 만나다! 라고 표지에 소개되어 있다.

사전엔 하드보일드란 본래 '단단하게 삶은 계란'이라는 뜻을 지닌다. 하드보일드의 효시는 헤밍웨이의 간결하고 박진감 넘치는 문체로에서 찾을 수 있으며, 더쉴 해미트나 레이몬드 챈들러의 추리 소설이 하드보일드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사립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범인과 숨막히는 추격전을 벌이게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럼 이 책은 하드보일드의 예에 충실했을까???

흰 가운의 손이 불쑥 나와 커다란 고기 써는 칼 같은 것으로 눈꺼플을 도려냈다....(그후의 문장들은 상상에 맡기겠다).......(p165)  웩!!! 순간적으로 책장을 덮어버릴 정도의 울렁거림이 찾아 들었다. 왜 이 책을 샀을까? 하는 후회가 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사실 남들에겐 별거 아니지만 나에겐 이런건 최악이다. 뭐 간혹은 이보다 더 심해도 아무렇지 않을때도 있지만...)

.....몇장면 되지도 않는 이런류의 문장이 떠올라 책장의 표면에 있는 그림과는 동떨어진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이상하게 이런 글들은 쓸데없이 잔상이 오래도록 머리에 남아있는다. 그리고 문득 문득 어느 순간에 떠올라 내 속을 뒤집어 놓기도 한다

그런 관계로 일단 그런 장면들은 대충 읽어버리고, 이상한 시체 수집가들 얘기도 살짝 무시하면서 글을 읽어도 이 책이 어째서 하드 보일드라는 장르라고 소개되었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범인과 숨막히는 추격전?은 별로 없다. 이건 이 글의 특성상 어쩔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범인과 추격적을 벌일 그런 내용은 아니다.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가장 깊이 있고 잔혹한 시선...과연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무엇앞에서 가장 추악해질수 있는것일까...?

 

이 책은 기리노 나쓰오라는 작가에게 에도가와 란포상을 안겨준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니 작품상으론 꽤 괜찮은 소설임에 확실하리라 생각한다.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은 미로라는 여탐정이고 이 책이 탐정의 시작을 알리는 첫발이다. 그러니까 난 탐정의 탄생순간을 함께 한 것이다 ^^

 

갑자기 1억엔의 돈을 가지고 사라져버린 친구, 그 친구와 공모해서 돈을 숨긴거 아니냐는 의심을 폭력단에게 받게되면서 그 친구의 애인이였던 남자와 함께 친구의 행방을 쫓는 이야기가 기본 줄거리다. 사실 긴박하지도 않고, 그닥 반전이 강하지도 않는 그냥 그런 흐름을 보인다. 마지막까지 감추어진 범인을 이미 중반에 예측해버렸고 그에 딱 맞아떨어지게 흘러가서 더 허탈했던 것일까?

사실 살짝 지루한감도 있어 그만 읽을까하는 유혹을 느꼈었다. 대체 왜 지루하지?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대체적으로 지금까지 탐정소설은 지루하지 않았던 기억이다. 소설에 나오는 탐정에게 기대하고 있는것은 무엇이였을까? 남보다 뛰어난 추리력, 행동력, 과감성, 지혜...등등이라고 할수 있다. 명탐정 코난을 봐도 그 어린 코난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미로에게선 어떤것도 느낄수 없었다. 그저 힘에 끌려다니는 나약한 여성의 모습만 보일뿐 ... 간혹 자신이 하고픈 말을 하는 모습이 보여지긴 하지만 탐정이란 느낌이 들지 않을정도로 약한 모습이란 생각을 지울수 없었다 (탐정은 강해야 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악...이건 탐정이 아냐. 그냥 일반인이잖아..라고 투덜거리다 생각해보니 미로는 적어도 이 책에선 그냥 일반인이였을뿐이였다. 아마 그래서 내가 실망한것인지도 모른다. 탐정에게 가지고 있는, 기대하고 있는 나의 마음을 충족시켜주지 못해서...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이라는 기대치가 있었기때문일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저 상황에 처한다면 미로같은 나름 용감한 행동을 할수 있을까? 어딘가로 도망가거나 숨어버리거나 혹은 그냥 울어버리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역시 탐정의 기질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진실을 찾아갈수 있었겠지...

이 소설을 계기로 새로운 탐정 미로가 탄생했다. 미로가 탐정일을 하면서 힘에서 밀리는 범죄자들과 싸움이 일어났을경우 어떻게 대처할까?라는 궁금증은 있지만 아직 나는 여탐정에게 빠져들고 싶은 마음은....ㅎㅎㅎ

 

* 이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은듯한데...한권을 읽었을뿐인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여탐정에게 관심을 갖고 다른 책을 읽게되면 그 매력을 알게 될까?

 

** 에도가와 란포 상은 일본 추리작가 협회에서 탐정소설을 장려하기위해 만든 문학상이다. 통칭 란포상이고, 추리작가의 등용문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추리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의 기부를 기금으로 하고 있고 수상작은 고단샤문고에서 출판된다. 1992년 제38회부터는 후지TV가 후원을 시작하여, 수상작은 후지TV에서 단막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 이상은 위키백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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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빛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표지가 그닥 맘에 드는 책은 아니다. 표지는 내용의 함축된 의미를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걸 봐서는 대체 뭔지를 전혀 감도 못 잡겠다. 전혀 상관없는 것일까? 하긴 요즘은 그런 표지들도 꽤 많은듯하다.

미우라 시온이란 작가는 당연히 처음이다. 나오는 소설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는것을 보면 꽤 필력이 좋은 작가임에는 틀림없나보다. 나올때마다 글의 분위기가 틀려진다는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니까 말이다. 자신만의 분위기가 없다고 해야할까...아니면 능력있다고 해야할까? 다른 책을 읽어봐야 알수 있을듯하다.

쓰나미가 쓸고간 한 작은 섬...그곳에 살아남은 아이들 셋과 어른들...그리고 생겨난 살인사건과 그것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가슴에 품은 상처때문인듯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그들..그리고 또다시 일어나는 사건...

자연의 폭력(?)앞엔 무기력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는 사람의 육체적 폭력앞에선 폭력으로 맞서 싸운다. 그로인해 그가 받은 것은 정신적 피해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련의 사건들을 함께(셋이 꼭 함께라고할수는 없지만) 겪은 그들은 또다시 앞을 보고 인생을 살아가야 했다. 그 폭력이 어떤 후유증을 그들에게 남겼을까?

그 사건들을 받아들이고, 그걸 헤치고 또 살아가는 그들의 방식은 각기 다 다르다. 아마 그 사건들이 서로에게 미친 영향이 다 달랐으니 어쩔수 없는 일이였을지도 모른다. 한 사건앞에서도 서로의 입장이 틀릴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폭력은 폭력으로밖에 해결할수 밖에 없다 혹은 폭력은 언제나 그 자리로 되돌아오는 것이다...라는 말들이 나온다. 그럼 이 책은 폭력에 관점을 맞춰야 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나 또한 두번째 사건이 발생이 있기전까지는 그런가보다 했다. 어쩌면 폭력은 폭력으로만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노부유키의 생각에 조금은 동정을 해주며, 그럴수도 있지! 라고 말해줬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미카의 시선이 아닌 노부유키의 시선으로 봤을때는...하지만 두번째 사건으로 달려가면서 폭력보다는 사람의 집착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스쳤다.

영화 미져리나 올가미에서 보면 사랑이 큰 집착을 불러오고, 그 집착이 얼마나 커다란 폭력으로 발전하는지가 나온다. 이 책속의 미카에 대한 노부유키의 집착과 노부유키에 대한 알수없는 다스쿠의 집착이 묘하게 오싹함을 느끼게 하며 그 영화들을 떠올리게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에 대한 따스함이 아니라 그 광적인(?) 집착에 대한 두려움...

커다란 비밀을 안고 산다는 것은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것과 같다. 비밀이란 아무리 덮고 덮어도 언젠가는 모습을 드러내 보이게 되어 있다. 죽어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런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과연 진정한 행복을 누릴수 있을까?

비밀이 돌고 돌아 노부유키의 부인에게로 왔다. 그녀의 선택은 무엇이였을까? 그녀도 역시 삶에 대한, 지금 생활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의 선택을 한다. 그것또한 집착일수 밖에 없다. 행복하진 않아도 지금의 생활을 버리고 싶지 않았던....

사람의 마음엔 누구나 집착이란 감정이 있다. 그 감정을 잘 다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작가가 생각한 검은 빛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는 적어도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진 검은 빛은 집착이란 단어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고슴도치는 찔리지 않을 만큼 멀고, 체온을 느낄 만큼은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지낸다고 어딘가에서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적당한 거리는 언제나 필요한 법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해도 말이다.

오늘 난 사람사이의 적당한 거리가 얼마만큼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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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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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은 팔 년 만이었다라는 말로 소설은 시작되었다. 팔년이란 시간과 전화를 걸어온 주체인 그를 떠올리며 그리고 그녀의 잠깐의 망설임때문이였을까?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얘기를 떠올렸다. 하지만...  


-윤교수님이 병원에 계셔...

그 한마디에 나는 어느날 나를 찾아 울렸던 한통의 전화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애써 잊으려 했고  어느 새 조금씩 흐려져 이제는 흐릿한 추억으로 남아버린 기억...그리고 급하게 뛰어 나갈 그녀를 생각하며 내 모습을 겹쳐 떠올렸다.

[중환자실에 있어.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거 같아]

아무 생각없이 받았던 전화에서 들려온 말은 순간적으로 날 얼어붙게 만들었다. 아무런 생각도 할수 없었다. 그저 뭔가 잘못된 거라고, 아무일도 없을거라고 나 스스로를 달래며 병원을 향한것이 고작이였다. 그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뛰어나가지 않고 윤이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던것과는 다르게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할수 없었다. 그런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었다.

그렇게 친구를 떠나 보내고 한동안 나는 정말 아예 그런일이 없었다는 듯이 생활을 했다. 윤이 단이를 잃고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전하지 않고 생활하듯이 나 또한 그러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지인이  친구의 안부를 물으면 마음이 내려앉아 차마 사실을 사실대로 전하지 못했었다.

그래, 그때는 울지도 못했었다.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울고 싶어도 울수 없었던 시간이였다.

그랬던 내 마음이 편해진것은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시간의 흐름때문이였다. 그것은 누군가에 의해 편해지고, 사라질 감정이 아니였다. 시간만이 치유할수 있는 공허함과 슬픔이였다...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아픔이 옅어졌고...대신 그리움이 남았다.

미루와 단과 윤과 명서...책속엔 네명의 청춘의 한자락이 보인다. 힘겨워하고, 아파하는 그들의 청춘이...하지만 어째서 나는 그들에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아픔이, 그들의 고뇌가 그리 가슴에 와 닿지를 않았다. 그들은 청춘이라 하기엔 너무 힘이 없고, 젊은이라 하기엔 꿈이 보이질 않았다.

윤이 왜 그렇게 힘겨워했는지 나는 모른다. 미루가 어째서 그래야했는지도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보다 더 힘겹게 살았던 이들이 있었고 그 안에 내 친구가 있었다. 가족때문에...가족이 울타리가 아니라 자신을 가두는 창살같다 느끼던 친구가 있었다.

힘겨웠던 우리에게 사상이나 철학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시위를 하는 대학생들을 보며 자기들도 시위를 해야겠다 말했던 꽃집 아주머니의 말처럼 살아야 하니까..그런것을 생각하기 보다는 우린 우리앞에 놓인 삶을 살아가야 했다. 어째서 우리는 이래야하지? 소수잔을 기울이며 눈물 흘리다가도 다음날 어김없이 직장으로 출근해야 했던 우리의 청춘은 그래도 그들보단 행복했고, 그들보단 꿈이 있었고, 그들보단 내일을 보고 있었다.  

그랬던 친구가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스스로가 원해서도 아니고 준비할 시간도 없는 어쩔수 없는 사고로...나는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을 동정하지 않는다.

친구가 떠나고 나는 그애와 걸었던 거리를 의식적으로 외면했다. 윤이 도시의 거리를 걸었듯이 나와 내 친구도 그렇게 거리를 걸었다.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그저 걷고 또 걸었었다. 그랬던 거리를...애써 외면했던 거리를 이제 무심히 스치며 지나가고 있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던 모양이다.  

나에겐 청춘이란 단어는 그때의 힘겨움보다는 친구와 함께 있어 행복했던 시간들이였다. 이 소설은 네명의 청춘들에게 공감할수는 없었지만 그애와 걷던 거리를, 그애와 나눴던 이야기들을 문득 다시 생각나게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거리를 걷고 싶어졌다. 그때의 그 거리를...

그런데 청춘소설이라고 했던가? 나는 한없이 가라앉는 소설들을 싫어한다. 비록 이건 너무 현실적이지 않아! 라는 말을 듣더라도 그래도 조금은 더 희망적이고 활기찬 소설들을 사랑한다. 청춘이란 그렇지 않은가. 무엇이든 다시 한번 도전할수 있는 나이....그것이 나에게 기억되는 청춘이란 단어다.  

"오늘을 잊지 말자" 라고 했던 그들의 얘기처럼 나는 그날들을 잊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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