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어머니 - 개정판 정채봉 전집 6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2006년 1월
장바구니담기


책 머리에
물가에서

나 오늘
물가에 나와 앉아서
눈 뜨고서 눈 감은 것이나 다름없던
캄캄한 밤길 걷던 날을 반추한다.
풀잎 사운대는 아름다운 노래 있었고
꽃잎 지는 아득한 현기증 또한 있었지
속아도 보았고 속여도 보았지
그러나 이 한낮에는 물가에 나와서
물 건너 먼데 수탉 우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나 같이 지난 생의 누구도
물가에 나와 앉아서
눈 뜨고서 눈 감은 것이나 다름없던
캄캄한 밤길 걷던 날을 반추했을 테지
풀잎 사운대는 아름다운 노래 있었고
꽃잎 지는 아득한 현기증 또한 있었을 테지
속아도 보았고 속여도 보았을 테지
그러나 이 한낮에는 물가와 나와서
물 건너 먼데 수탉 우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기도 하였을 테지.

나같이, 지난 생의 누구와 같이 앞생의 누구
물가에 나와앉아서
눈 뜨고서 눈 감은 것이나 다름없던
캄캄한 밤길 걷던 날을 반추할 테지
풀잎 사운대는 아름다운 노래 있고
꽃잎 지는 아득한 현기증 또한 있을 테지
속아도 보았고 속여도 볼 테지
그러나 이 한낮에는 물가와 나와서
물 건너 먼데 수탉 우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기도 할 테지.-ⅰ쪽

인간은 모든 피조물 중에서 그만이 무한한 음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가 아니라 그가 영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동정과 희생과 인내를 할 수 있는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로 거룩하다. -윌리엄 포크너-127쪽

이 세상은 꼭 한번 와 볼 만한 아름다운 곳이고 인생은 또한 살아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135쪽

신부님, 저는 티베트의 한 스님 설법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내용인즉, "온 세계를 소가죽으로 덮는다면 우리는 신발 없이 맨발로 걸어다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 하지만 우리가 6촌의 발에 소가죽 신발을 신는다면 그것은 온 세계를 가죽으로 덮는 것과 같은 일이다."라는 것입니다. 이에 덧붙여 설명하기를 "온 세계를 자기 뜻에 맞는 이상향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리심(菩提心)을 일으키고 인욕(忍辱)의 신발을 신는다면 온 세계는 곧 자기 마음에 맞는 이상향이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156쪽

수피교인 바야싯이라는 사람도 이런 체험담을 털어 놓은 적이 있지요.
"젊은 시절에 나는 혁명가였고 하느님께 드리는 나의 기도는 이것이 모두였다. '주여, 나에게 세상을 개혁할 힘을 주소서.' 중년에 이르러 단 한 사람의 영혼도 고쳐 놓지 못한 채 내 반 생이 흘렀음을 깨닫자 내 기도는 이렇게 달라졌다. '주여, 나와 접촉하게 되는 모든 사람들을 변화시킬 은총을 주소서. 그저 가족과 친지들만 개심시켜도 만족하겠나이다.' 이제 노인이 되어 죽을 날도 오늘 내일 하게 되고 보니 이제야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던가를 알았다. 이제 나의 유일한 기도는 이것이다. '주여, 나 자신을 고칠 은총을 주소서.' 처음부터 이렇게 빌었던들 일생을 허비하지 않았으련만."-157쪽

<어떤 주례사>
"당신은 왜 저 사람과 결혼하고자 합니까?" 그러면 열에 여섯은 앵무새처럼 말합니다.
"사랑하니까요." 그리고 넷에 셋은 이렇게 말합니다. "선을 봤는데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좀 특수한 사정을 털어 놓기도 합니다. "어쩌다 보니 결혼하지 않으면 안 될 사정이 생겼습니다."
"중매하신 분이 믿을만 해요."
"경제력이 있고 직장도 그만하면 좋아요."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 선 신부께서는 좀체로 듣기 어려운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저 분을 사귀어 보니 참으로 속되지 않습니다. 가난하게 살더라도 저분과 산다면 보람된 생을 살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저 분을 본받고 맑은 삶을 도우며 살고 싶어 결혼하기로 하였습니다."-159쪽

영국의 수상을 지낸 어떤 사람이 임종시에 남겼다는 고백록이 떠오른다.
"나한테는 두 가지 소원이 있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수상이 되어보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바닷가에 오두막을 짓고 살아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상은 되었으나 바닷가에 오두막을 짓고 살아보는 것만은 이루지 못하고 가게 되어 원통하다."-177쪽

'꽃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그에게 있는 아름다운 침묵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쪽

'부모가 바른 길로 나아가야 자식들도 바르게 나아간다.'-186쪽

몸도, 마음도, 머리도 쉬지 말고 움직여라. 그것만이 당신의 장수 비결이다.-20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