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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 ㅣ 지식곰곰 16
미소노 지음, 주원섭 감수 / 책읽는곰 / 2025년 4월
평점 :
“아이들과 숲을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교실 창 너머로 봄이 오고, 여름이 지고, 가을이 흘러가고, 겨울이 찾아온다. 하지만 도시의 학교는 유리창 너머로 계절을 구경할 뿐, 계절의 냄새, 흙의 감촉, 생명의 소리를 직접 품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숲은 OOO』는 단순한 자연 소개 책이 아니라, 사계절을 오롯이 살아내는 숲에서 아이들이 진짜 자연을 함께 체험한 기록이다. 숲 박사 곰취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이 탐험에는 봄날의 민들레 씨앗, 여름의 반짝이는 곤충, 가을 바짓단에 붙은 씨앗, 겨울을 준비하는 조용한 숲이 아이들의 감각 속에 하나하나 새겨져 있다.
계절의 변화는 곧 생명의 교과서이다. 교실에서는 가르치기 어려운 삶의 리듬이, 숲에서는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봄이면 도롱뇽알을 조심스레 관찰하고, 여름이면 땀범벅이 되어 매미 소리를 따라가며, 가을엔 바람에 실려 온 낙엽을 만지작거리고, 겨울엔 낯설고 낯익은 흔적을 찾아 조심스럽게 숲길을 걷는다. 이 책은 그런 살아 있는 배움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담아낸 그림책이다.
숲에 가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 책이다. 도시 학교의 교사로서 늘 아쉬운 점은, 자연과 가까이 호흡하며 배우는 경험을 아이들에게 충분히 안겨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흙을 밟는 일, 나무 냄새를 맡는 일, 풀벌레와 눈을 마주치는 일이 드문 아이들에게 『숲은 OOO』는 한 줄기 바람 같은 존재이다.
책 속에서 곰취 선생님의 가방을 살펴보고, 숨은그림찾기처럼 숨어 있는 숲의 생명을 하나하나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숲이 들어서게 된다.
『숲은 OOO』는 단순히 읽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자연과 아이를 다시 연결해 주는 통로이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감각과 마음을 되찾게 하는 작은 생태 수업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숲을 따라 마음도 자라는 그림책, 이 한 권이 주는 따뜻함이 아이들의 삶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