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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해 주는 것일까? 소설이지만 이 책에서 느낀 묵직한 주제는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에 대한 철학적 주제를 관통하기 때문이리라. 로봇의 시각을 빌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여기는 감정을 정리해 준달까? 인간의 감정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고, 감정은 학습될 수 있는 그저 전달되는 전기 회로일 수도 있을 지 모르겠다. 책 전체를 통해 나타나는 덤덤한 듯한 문체가 슬픈 느낌이 나는 건 이런 저런 감정을 전기적 신호마냥 객관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인가보다.
인간의 시간이 세제 한 스푼이 녹기까지라는 말은 은결이 아닌 은결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인 명정의 입을 통해 나타난다. 예전 영화 AI 속 소년과 겹쳐지는 듯한 주인공 은결.
장례식장에 가는 길에 마저 읽었다. 누군가의 시간은 스러지고 누군가의 삶은 계속된다. 형태가 있는 것은 더러워지지만 계속해서 얼룩을 지워내는 것. 그 얼룩이 끝에는 무늬가 되어가는 것, 그것이 인생인가보다. 내가 가진 얼룩들이 너무 추해지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