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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KBS 선정 도서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고인이 된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패치 아담스’라는 영화가 있다. 정신병원에 수감된 환자들을 웃음과 소통으로 치료한다는 괴짜 의사의 실화로 사람을 치료한다는 의미가 반드시 생물학적이고 과학적 영역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감동적인 작품이다. 의사가 아픈 사람과 마주 앉았을 때 하는 고민, ‘어디가 아플까, 어떻게 해야 아프지 않을까’에서 ‘왜, 무엇에서부터 아픔을 가질까’ 로 옮겨가는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주인공의 위대한 실천을 그렸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지만 이 작품은 웃음의 치료를 넘어선 죽음 이후까지의 무거운 고민은 들려주지 않는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잔잔한 여운이 남는 명작을 본다. 저자는 의사로서 보아온 사람들의 죽음과 노인들의 마지막 모습을 그들 자신과 가족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용했는지 들려준다. 저자의 가치관이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을 이해하려는 의학의 태도. 약간은 꿈을 꾼 듯, ‘정말로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몽롱하게 들린다. 그만큼 존경스럽다.
‘사람들이 잘 살아가도록 진심을 다해 돕는 일은 말로 하는 것보다 실제로 하기가 훨씬 힘들다. 그리고 돌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이 실제로 어떤 일을 수반하는지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도 어렵다.’
그의 고민과 생각이 직업적으로 모든 의사들에게도 투영될 수 있을까. 그처럼 아버지를 떠나보낸 경험이 없더라도. 생명을 살리는 의사보다 물방울 가슴을 만드는 의사가 최고가 되는 압구정에서는 그의 가치관이 어색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내게 어렴풋이 생각하거나 담아두고 고민했던 무언가를 저자의 경험과 성찰로 깨워주고 타일러주었다. 삶의 마지막을 생각하기엔 청년의 나이, 하지만 함께 모시고 살던 할아버지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부모를 떠나보낸 나의 부모’가 삶에서 완전하게 독립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의식중에 고민했던 주제이다. 의사의 역할은 이렇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환자와 가족의 태도는 이래야 한다는 식의 지침정도로 책을 이해하기에는 아깝다. 저자가 말해주는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받아들이는 하루하루의 시간과 밀접하게 와 닿는다. 그는 우리가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의학의 관계에서 지금의 ‘나’를 생에 죽음에 이르기 까지의 큰 시각에서 인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해하는 태도를 전해주고 그래서 정말 아름다운 현재의 모습이 무엇인지 떠올리게 한다.
‘그저 가능한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삶의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삶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죽음을 앞둔 누군가의 바램. 단순하지만 명쾌한 진리가 아닐까. ‘그저 가능한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삶의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삶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죽음을 앞둔 누군가의 바램. 단순하지만 명쾌한 진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