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음식 - 지치고 힘든 당신을 응원하는 최고의 밥상!
곽재구 외 지음 / 책숲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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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휴식이 필요해!’

최근 자주 하는 혼잣말이다. 일에서 일로 이어지는 나날들. 걷기. 여행, 좋은 사람과의 만남 등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욕구들은 늘 뒷전이 돼버리고 날마다 넘치는 숙제를 버거워하며 하듯이 꾸역꾸역 일하며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으니.

그래서였을까. ‘위로’라는 말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저자들은 생의 어느 한 모퉁이에서 어떤 형태로든 마음에 사무쳤던 음식 이야기를 한다.

저자들이 기억 속에서 꺼내는 음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같이 비싸고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한 음식들이다. 웅장한 식탁에서 정장을 차려입고 먹어야 하는 음식이 아니라 작은 밥상에 얼굴 맞대고 먹어야 하는 ‘낮은’ 음식들.

인도의 작은 마을, 가난하지만 맑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풍경을 아름답게 펼쳐보이며 호롱불 밑에서 삶은 콩을 나뭇잎 접시에 담아 파는 소녀의 이야기를 한 편의 동화처럼 들려주는 곽재구의 글을 읽으며 그 소녀의 눈망울, 콩을 덜어주는 작은 손, 그 음식을 받아든 시인의 얼굴을 떠올린다. 나도 시인처럼 마음이 서늘해졌다. 세상의 시선으로 보면 분명 결핍이 있는 아이들임에도 어둠이 스며들 틈 없이 밝고 또 밝은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소반에 오른 라면을, 팥죽을 맛나게 먹는 선생님 최은숙의 글을 읽으면서는 울컥했다. 지극하고 가난한 밥상 앞에서 배고프던 마음까지 채웠다는 그녀의 맑은 마음이 손에 잡힐 듯해서다.

이 책에는 이 외에도 그리움이고 추억이고 소통이고 화해고 그리하여 종국에는 감사이고 사랑이고 다시 살아낼 힘이 되는 그런 음식, 그리고 그런 삶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진심이 담긴 음식은 지치고 외로운 이들에게 힘이 된다. 분망하고 날선 마음들을 낮은 상 앞으로 내려앉혀 편안하게 위무한다.

진심이 담긴 글도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 좋은 글이 주는 위로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랜만에 참으로 좋은 글을 읽어서일까. 한바탕 크게 울거나 웃고 난 다음처럼 문득 허기가 몰려온다. 몸이 느끼는 이 책의 독후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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