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텃밭백과- 유기농 채소 기르기
박원만 지음 / 들녘 / 2007년 12월
35,000원 → 31,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7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5년 03월 13일에 저장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위로의 음식 - 지치고 힘든 당신을 응원하는 최고의 밥상!
곽재구 외 지음 / 책숲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휴식이 필요해!’

최근 자주 하는 혼잣말이다. 일에서 일로 이어지는 나날들. 걷기. 여행, 좋은 사람과의 만남 등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욕구들은 늘 뒷전이 돼버리고 날마다 넘치는 숙제를 버거워하며 하듯이 꾸역꾸역 일하며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으니.

그래서였을까. ‘위로’라는 말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저자들은 생의 어느 한 모퉁이에서 어떤 형태로든 마음에 사무쳤던 음식 이야기를 한다.

저자들이 기억 속에서 꺼내는 음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같이 비싸고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한 음식들이다. 웅장한 식탁에서 정장을 차려입고 먹어야 하는 음식이 아니라 작은 밥상에 얼굴 맞대고 먹어야 하는 ‘낮은’ 음식들.

인도의 작은 마을, 가난하지만 맑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풍경을 아름답게 펼쳐보이며 호롱불 밑에서 삶은 콩을 나뭇잎 접시에 담아 파는 소녀의 이야기를 한 편의 동화처럼 들려주는 곽재구의 글을 읽으며 그 소녀의 눈망울, 콩을 덜어주는 작은 손, 그 음식을 받아든 시인의 얼굴을 떠올린다. 나도 시인처럼 마음이 서늘해졌다. 세상의 시선으로 보면 분명 결핍이 있는 아이들임에도 어둠이 스며들 틈 없이 밝고 또 밝은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소반에 오른 라면을, 팥죽을 맛나게 먹는 선생님 최은숙의 글을 읽으면서는 울컥했다. 지극하고 가난한 밥상 앞에서 배고프던 마음까지 채웠다는 그녀의 맑은 마음이 손에 잡힐 듯해서다.

이 책에는 이 외에도 그리움이고 추억이고 소통이고 화해고 그리하여 종국에는 감사이고 사랑이고 다시 살아낼 힘이 되는 그런 음식, 그리고 그런 삶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진심이 담긴 음식은 지치고 외로운 이들에게 힘이 된다. 분망하고 날선 마음들을 낮은 상 앞으로 내려앉혀 편안하게 위무한다.

진심이 담긴 글도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 좋은 글이 주는 위로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랜만에 참으로 좋은 글을 읽어서일까. 한바탕 크게 울거나 웃고 난 다음처럼 문득 허기가 몰려온다. 몸이 느끼는 이 책의 독후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희은이 차리는 시골밥상
양희은 지음 / 반찬가게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울 어머니 젊으실 적 살림솜씨 야무지고 손맛도 좋으셨다. 정월이면 메주 씻어 장 담그고 삼월엔 고추장 담그고 가지가지 봄나물 뜯어말려 묵나물 만들어 두셨다. 참죽나무 순 오르면 때 놓치지 않고 뜯어 고추장에 묻어두고 들깨송아리에 알알이 들깨 박히면 그놈도 뜯어다 부각을 하셨다. 어디 그뿐인가. 고추부각에 무말랭이 깻잎지며 콩잎지......

결혼하고 한참 동안 철철이 엄마가 해주시던 밑반찬들을 염치없이 잘도 갖다 먹었다. 어느 해 한 가지라도 빠지면 “엄마 올핸 왜 그것 안 해줘요?” 하면서도 직접 해볼 엄두는 안 내었다. 일이 바쁘다는 건 핑계. 그저 언제까지나 어머니가 해주시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철없이.

어머니의 음식을 가장 사랑한 분은 누구보다 아버지다. 밖에서 식사를 하시고도 집에 오시면 꼭 어머니 밥을 드셨고 “이제야 먹은 것 같다”고 행복해하셨다. 아버지는 또 어머니의 음식솜씨를 자랑스러워하셨다. 여름날이면 배고프다는 사람들 다 몰고 집으로 오셔서는 “칼국수나 좀(!) 해먹을까” 하셨는데, 어머니가 두 말 않고 밀가루 반죽해 홍두깨로 국수 밀어 호박 찰찰 채썰어 넣고 손칼국수를 끓여내시면 “이게 우리집 별미야” 하며 으쓱하시곤 했다.

그런 아버지가 지난해 돌아가셨다. 열아홉에 만나 일흔아홉까지 육십년, 어머니의 음식을 드셨던 아버지가 떠나신 후 어머니는 음식 만드는 일에서 손을 떼셨다. 그리고 지금은 뭘 여쭤도  “뭘 어떻게 했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네.” 하신다.

이제 더 이상 맛볼 수 없게 된 어머니의 그 맛난 음식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배워둘걸’ 가슴을 칠 때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양희은의 시골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언젠가 어느 인터뷰에서 양희은씨 음식 솜씨가 좋아 집에 항상 식객들이 붐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방송을 보니 그 말이 맞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재료를 다듬고 나물을 무치는 그녀의 도톰하고 짤막한 손을 보니 믿음이 갔다. 게다가 음식 만드는 법을 알려주시는 어머니들의 어색한 듯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니 속된 말로 ‘후루꾸’가 아니다 싶었다. 짜인 대본에 의해 만들어지는 방송이 아니라 진짜라는 느낌.

이후로 시간 날 때마다 일부러 채널을 돌려 보곤 했다. 시골의 고즈넉한 풍경이며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음식에 얽힌 이야기, 할머니들의 인생이야기까지 더해지니 방송을 볼 때는 넋을 놓게 되었다. 무엇보다 방송에 소개되는 음식들이 여느 요리책에서는 쉽게 찾기 힘든 그야말로 ‘엄마’ 혹은 ‘외할머니’ 표 요리들 아닌가. 어머니 음식 만드는 법을 제때 배워놓지 못해 아쉬움 많은 나로서는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는 요리들이었다.

방송을 볼 때마다 메모를 한다고 하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쉬워 이것 누가 싹 정리 좀 해주면 안 되나 했었는데 나만 그런 마음을 품었던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양희은의 시골밥상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책 제목은 그대로 <양희은의 시골밥상>(반찬가게)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주문해 책을 받아든 날, 어머니 해주시던 제철 음식 보따리를 한꺼번에 다 받아든 듯 마음이 먹먹했다.

충청도, 경상도, 강원도, 제주 ․ 경기도. 우리나라 전역의 시골 마을 곳곳을 돌며 그곳 사람들이 그곳에서 나는 재료로 대대로 해먹던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일반적인 요리책과는 확연히 다르다.   

일단 요리 재료가 다르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파는 수입 채소, 국적불명의 소스 이런 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뒷밭에서 뜯어온 채소, 산에서 캐온 나물, 직접 키워 거둔 쌀, 보리, 콩, 옥수수 같은 곡식들이 다다. 양념도 된장, 고추장, 간장, 천일염이면 충분하다. 그것들을 가지고 찌고 삶고 무치고 조리고 절이고 굽고 말리고 담그고 묵히고 한다.

된장을 강낭콩 잎사귀로 덮어 두면 벌레가 안 생긴다거나 바지락은 ‘물똥 갈키듯 기양 물총을 쏘는’ 걸 고르면 된다거나, 김에 민물이 닿으면 빨갛게 된다거나 하는 어머니들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삶의 지혜들은 귀한 선물이다.

“수확의 계절, 들판이 풍요롭다. 꽃 달렸으면 부지깽이 나물, 부추꽃 피었다. 부추 맛이 났다.”

이 글을 나는 몇 번이나 소리 내어 읽었다. 부지깽이니 부추꽃 같은 말들이 어찌나 어여쁘고 정겨운지 마음에 탁 와서 박히기도 했지만 이 책을 쓴 양희은의 말투가 그대로 배어 있는 담백하고 간결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문장 또한 입에 착착 붙는다. 마치 시처럼, 노랫말처럼. 

여느 요리책에서는 맛볼 수 없는 ‘글’의 아름다움은 이 책이 지닌 큰 미덕이다. 여기에 분명 음식과 관련한 말이지만 웬일인지 일반 요리책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말들, 가령 ‘씀박씀박 요래요래 흔들면’ ‘껍질이 는질는질해서’ ‘잘박잘박 썰어’ 같은 지켜내고 싶은 말들이 가득하다. 

이 외에도 시골의 정취를 고스란히 전하는 풍경사진과 절로 침이 고이게 만드는 요리 사진들은 또 어떤가. 사진을 보다보면 돌연 아득해져 마음 홀로 소풍을 간다. 산마을로 갯마을로.  

금세 달려가 어머니 보고픈데 그러지 못할 때, 어머니 해주시던 음식이 먹고 싶을 때 나는 이 책을 펴든다. 오늘은 고령 덕곡면 노고리 어머니의 여름 밥상을 그대로 차려본다. 오이냉국, 고추찜, 가지나물, 호박나물, 청양고추양념장이다. 책에서 시키는 대로 가지는 슬렁슬렁 무치고 호박나물은 수시로 까부르고 청양고추는 자작하게 볶아 시원한 오이냉국이랑 먹었다. 하, 맛나 나도 양희은씨처럼 “머릿속에 종이 울리는 듯”했다.

고맙다. <시골밥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