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른으로 산다는 것 - 플러스 에디션
김혜남 지음 / 걷는나무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정신분석이론에 반감을 느끼면서도 자꾸 김혜남 선생님의 책을 읽게 된다. '다른 책엔, 다음 책엔 좀 더 나은 내용이 나오겠지' 라는 기대를 하면서.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30대가 겪는 일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그치고,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는 현실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 주지만 역시 뭔가 부족하다는 뒤끝이 남는다.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는 이성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데, 자꾸 나오는 오이디푸스 성적 갈등에 대한 내용이 거슬렸다.
이 책의 내용도 아주 새롭지는 않다. '다른 책에서도 이 내용 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내용이 자꾸 나오는데, 마치 '서른 살 시리즈'의 개정판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래도 개인적으론 이 책이 가장 낫다고 느낀다.
책의 내용이 '어른'이라는 소재에 맞게 충실하게 전개되고, 무엇보다도 오이디푸스 갈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정신분석가와 달리 저자는 오이디푸스 갈등을 폭넓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어른을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위의 수많은 어른들을 '어른이다'라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순간엔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면을 보고 실망하곤 한다. 하지만 그들을 그저 덩치만 큰 어린이로 본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그들이 그러는 것이 전혀 놀랍지도 않고 실망스럽지도 않을 것이다.
'어른스러운 어린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도 어른처럼 사고할 수 있다. '어린이 = 덩치 작은 어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아이가 어른스러운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책 표지를 보자. 표지 속 어른은 어린이처럼 목마를 타고 멀리서 놀이공원을 바라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어른의 모습이다. 어린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나 어린이처럼 살지 못 하는 어른의 모습.
저자는 어른도 아이처럼 느끼는 사람으로서 가끔은 아이처럼 살라고 한다. 난 아직 40년도 살지 않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고 그렇게 살기도 한다. 그러고는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추스린다. '덩치 큰 어린이'로서 덩치값하기가 참 힘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