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돼지의 눈
제시카 앤서니 지음, 최지원 옮김 / 청미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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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돼지의 눈>은 현대의 인물(재선을 기대하고 있는 윌슨이라는 정치인)과 19세기의 인물(다우닝이라는 박제사)을 교차하여 보여 주면서 그들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드러낸다. 서로 동떨어져 보이는 두 인물이 만나는 지점은 바로 "땅돼지"라는 기이한 짐승이다. 다우닝은 이 짐승을 박제한 장본인이고, 윌슨은 훗날 누군가로부터 이 짐승의 박제를 받아 보게 되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 짐승이 다우닝에 의해 박제되고 다른 사람들의 손을 거쳐 윌슨에게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사연에는 도돌이표처럼 공통되는 부분과 변주처럼 차이나는 부분이 있다. 그러한 부분들을 비교해 보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저자인 제시카 앤서니는 도축업자로 일을 했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 경험이 다우닝이라는 박제사의 작업을 세밀히 묘사하는데 큰 몫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죽은 동물에 생명을 다시 불어 넣는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저자는 생생하게 그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냥을 하는 사람들이 미국에 비해 많지 않고, 동물의 박제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자연사 박물관에 가지 않는 한, 거의 드물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박제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소설에서 이렇게 박제에 관한 하나의 관념을 만나게 되고 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그 중에서도 박제되는 동물의 "눈"을 재현하는 문제를 다루는 부분은 꽤 흥미로웠고, 박제사 다우닝이 결국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에는 다소 충격적인 진실이 담겨 있었다. 그 진실을 접하고 각자 나름의 해석을 해 보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 묘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박제란 죽음이 아닌 생을 다루는 일이라는 것이, 다우닝이 기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설명이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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