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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슬렁여행 - 방랑가 마하의
하라다 마하 지음, 최윤영 옮김 / 지금이책 / 2020년 9월
평점 :

방랑가 마하 씨의 여행기는 정말 잘 읽히고 내용도 알차다. 요즘 나오는 ‘에세이’ 장르의 책들을 읽다 보면 평범한 일상의 소재들이 주를 이루어 따분한 경우도 흔한데, 마하씨의 글은 여행지에서 벌어진 개성 있는 에피소드들이 맛깔나게 버무려져 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여행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대학 친구인 지린 씨와 함께 일본 곳곳의 지역에서 식도락을 즐기는 여행이 전반부이고, 전직 큐레이터이자 아트디렉터인 마하 씨가 모네와 고흐, 세잔, 피카소 등 예술가의 삶을 담은 소설을 쓰기 위해 이들의 흔적을 따라 혼자서 유럽을 다니는 여행이 후반부에 위치한다.
마하 씨는 지린 씨와 하는 ‘어슬렁여행’을 좋아한다. 이 여행의 특징은 현지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마하 씨의 말에 따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대화를 엿듣는 일이 그렇게 즐겁다고 한다.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다른 승객들의 말소리가 시끄러워서 괴롭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나와는 정반대인 마하 씨의 사고방식이 신선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런가 하면 소설가 마하 씨의 목소리는 자못 진지하다. 그렇다고 해서 딱딱하거나 고루하지는 않다. 모네의 수련, 고흐의 아이리스를 직접 접한 순간을 마하 씨는 생생하면서도 설레게 묘사해 준다. 나는 <반고흐, 영혼의 편지>를 통해 고흐의 삶을 1인칭 시점으로 살짝 접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고흐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을 쓴 마하 씨는 3인칭 시점으로 자신이 짐작한 고흐의 삶을 이야기해 주는데, 마하 씨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고흐를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어슬렁여행을 사랑하는 방랑가이자 문학을 통해 예술가들의 삶을 비추는 마하 씨가 어떻게 해서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글도 참 좋다. 그 경위에는 그녀의 아버지와 그녀가 대학 시절을 보낸 고베라는 도시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후반부에 등장하며 책의 전반부를 지배하던 재미에 감동이라는 선물을 더해 준다.
오랜만에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책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 하라다 마하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국내에 나와 있는 작가의 또 다른 책들, <오늘은 일진도 좋고>와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도 조만간 읽어 볼 예정.
2020. 10. 9.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