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름 우물에서 만나 ㅣ 높새바람 56
윤수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5년 6월
평점 :
"정이는 이제 더는 혼자가 아니었다. 마님과 홍월, 그리고 잊히지 않는 그들의 사랑은 마음속 깊이 남아있었다. 그 사랑을 품고, 정이는 또 다른 아이의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사람의 사랑은 또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고 있었다."
<보름 우물에서 만나>는 정이라는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정이는 갓난 아기 시절 우물가에 버려진 아이로 출생의 비밀을 안고 모진 역경을 헤쳐나간다. 정이가 한 걸음 씩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의미 있는 만남 덕분이다. 아무 것도 없이 버려진 아이였기에 숱한 어려움을 만날 수밖에 없었지만 그 때마다 따뜻한 손을 내미는 손길이 있었다. 그러한 도움이 있을 때마다 정이도 그저 도움받는 아이에서 머물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내고 그 이상을 도전해보기도 한다. 그런 정이였기에 그토록 바라던 출생의 비밀에 까지 닿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이가 살던 시대는 천주교가 박해 받던 조선시대로 정이의 인생 여정과 천주교의 박해 과정이 함께 이어진다. 그 안에서 정이는 삶을 통해 질문하고 또 답을 얻는다. 이 책을 읽는 우리도 무엇이 우리의 삶을 의미있게 하는지 답을 생각해 보게 한다. 종교를 떠나서 천주교가 말하고자 하는 차별없는 사랑도 가슴 깊이 다가온다.
이 책은 무엇보다 그 따뜻함이 강점이다. 이야기의 진행이 무리가 없고 캐릭터들과 에피소드들도 흥미 진진하다.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따뜻함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이 글에 녹아들게 한다. 신유박해라는 무거운 주제를 따뜻한 이야기로 풀어낸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