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의 세계는 복잡 미묘하다. 단순한 이유로 절친이 되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원수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 '왜' 라고 물어본다면 '그냥'이라고 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는 거다. '내 마음 나도 몰라'의 시기인 사춘기 여학생이라면 이야기는 좀더 복잡해진다.이 책의 주인공은 중 2이다. 흔히 중2병이라도 하는 무서운(?)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딱히 증상이 드러나지도, 병세가 심각해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절친에게 절교를 당한 상황에 놓여있다. 주인공은 이 난관을 극복하기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절교를 선언한 상대방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이유라도 알았으면 좋겠는데 그마저 녹록치가 않다.다행인 것은 주인공이 왕따를 당하는 상황이라거나 주변에 친구가 없어 곤란을 겪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름의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자신의 학교 생활도 성실하게 하는 가운데 풀리지 않는 단 한가지 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의 처지에 감정이 이입되어 절교의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그 친구 관계는 회복될 수 없을지 함께 끙끙대었다. 아쉽게도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마지막 두 장을 남겨두고도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조금 당황했지만, 짠~ 하고 문제가 해결되면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절교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말그대로 '절교에 대처하는 방법'을 만들어 내는 주인공의 모습이 오히려 좋았다. 문제를 없애야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문제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할 지를 생각해 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문제해결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인공은 긴 시간을 쓸데없는 일에 허비한 게 아닌가 후회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그 기간 동안 수많은 생각과 갈등을 해내면서 분명 성장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누구의 도움없이 한 발짝 나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기특했다. 중 3이 된 주인공은 분명 더 건강한 친구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도 한걸음씩 건강하게 성장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