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 『우투리 하나린』의 작가, 문경민의 신작이 나왔다. 꾸준히 좋은 작품을 써 온 작가의 작품이기에 기대가 됐다. 역시 이야기에 남다른 힘이 있었다. 내 옆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듯한 캐릭터들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인생을 살면서 생각지도 못한 고비의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누군가에게 그 순간이 늦게 찾아오기도 하지만 어느 누군가에겐 너무나 빨리 닥치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열 세살 소녀들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위기의 순간을 일찍 경험한 아이들이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님에게 일어난 일이 고스란히 나의 문제가 되어 자신의 삶을 덮쳐온다. 이런 위기 속에서 세 친구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헤쳐나간다. 모두가 다른 상황이기에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지만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기특해하기도 하고 안쓰러워하기도 하고, 때론 답답해하기도 하며 글을 읽어나갔다.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 줄 수도 없고 어쭙잖은 위로는 오히려 방해만 되는 이런 위기의 상황을 열 세살 아이들은 그대로 부딪히고 깨지면서 극복해낸다. 그 과정이 참으로 찡했다. 내 옆에 그 친구들이 있다면 아무 말 없이 그저 꼭 한 번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열 세살. 많은 것들이 바뀌는 나이인 것 같다. 그 친구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친구의 아픔도 들여다볼 수 있고, 말 못할 자신의 아픔도 위로 받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