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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드니까 아이다 ㅣ 걷는사람 에세이 18
백설아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1월
평점 :
'떠드니까 아이다' 라는 제목이 강하게 다가왔다. 극한직업, 초등 선생님들을 위하여라는 부제가 없었다면 제목에 반감을 느끼고 읽어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교실 안에서 떠드는 아이들의 소리를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떠드니까 아이'라는 말에 쉽게 끄덕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년 내내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에 시달리던 교사라면 이 말이 긍정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책을 쓰신 백설아 선생님은 어떤 분이기에 현장에서 34년을 지내시면서 이런 제목의 책을 쓰실 수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한 선배 교사의 미소와 고요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1년을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에 시달렸던 내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나는 신규도 아니고 어린 나이도 아닌데 왜 아이들을 이렇게 너그럽게 보지 못했나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가까이에 저자와 같은 선배 교사가 있었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하는 물음도 가져봤다. 정말 사소한 부분까지 끄집어 내어 들려주는 이야기에 몇 번이나 읽던 책을 내려놓았는지 모른다. 그냥 눈으로 읽고 지나갈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멈춰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새 학기에 나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며 글을 읽어 나갔다. 방학이 아니라 지쳐있는 상태의 학기 중이었다면 이 책이 오히려 힘겹게 읽혔을지도 모르겠다. 마음과 시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기에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이 책을 가까이에 두고 내 마음이 소진되었을 때쯤 다시 꺼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대단한 비법이 적힌 책은 아니지만 다시 뛸 마음을 갖게 해주는 따뜻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