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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선생과 열네 아이들 -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읽는 교실 동화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21년 6월
평점 :
남들 보다 교직 생활을 늦게 시작한 나는 나름대로 꽤나 허용적인 교사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배추 선생과 열네 아이들을 읽으면서 교사로서의 나의 허용 기준이 꽤나 높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환경과 이 책의 이야기 속의 환경은 많이 다르지만 너무나도 낯선 교실의 모습에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이 책에 나오는 교실 속 아이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학급 회의 연다. 선생님이 어떤 일을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서 회의 결과에 따라 실천을 한다. 때론 과한 벌칙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도 생기고, 엉뚱한 벌칙 때문에 곤란한 일도 생기지만 그마저 기꺼이 받아들이고 책임을 지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결정을 지지해주고 그 결정에 따라 벌칙에까지 동참하는 배추 선생의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지은이의 교사관이 녹아 있는 짧은 글은 배추 선생님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에 대해 공감하게 하고 납득이 되게 하는 바탕이 되어주었다. 노래 음이 안 맞는 아이가 있다면 틀린 게 아니라 화음이고 글자가 삐뚤빼뚤 틀리면 작품이 된다는, 틀려도 괜찮아가 아니라 틀려야 아름답과 틀려야 달라지고 달라야 아름답다는 여는 글의 글은 나의 마음을 깊게 울렸다.
나는 아무래도 배추 선생님 처럼 교실을 운영할 수는 없겠지만 배추 선생님의 교육관을 되새기며 아이들에 대한 나의 허용 기준을 한뼘씩 낮춰가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과연 이 책을 어떻게 읽을지 너무나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