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노래처럼 - 노래로 부르는 시, 시로 읽는 노래
소래섭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백석의 맛]이었던가요. 프로네시스에서 펴낸 지식전람회 시리즈를 찬찬히, 한권 한권 읽다 만난 책은 읽는 것만으로 입안에 침이 고이고 배고 고파와지고 그리워지고 뭔가 뭉클해지는 그런 느낌었습니다. 실천문학사의 [백석전집]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랄까..... 저자가 문득 궁금해 약력을 읽어보니 오호라 <백석 시에 나타난 음식의 의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신 교수님이었군요. 참 맛나게도 글을 쓰시는구나 감탄했었는데 이건 국문과를 졸업했건 국어국문학부 교수이건 상관없는, 글쓰기 재주이었겠구나 싶은 생각에 부럽다는 생각도 들고 ^^

 

  습관처럼 신간을 뒤척이다 발견한 소래섭 교수님의 책을 발견하곤 다시 입맛을 다셔집니다. 이번에는 시로 읽는 노래라네요. 저번 것과 마찬가지로 시를 떼어 놓고 생각 하실 수 없나 보다 하는 반가움에 일단 보관함에 담아 두었는데 며칠 사이에 거짓말처럼 내 품으로 날아들어 왔습니다. 5호선 중간에서 종점을 오가는 애닯은 출 퇴근 길에서 삼일간 야금야금, 대략 여섯시간 동안 맛나게 읽어 내려간 [시는 노래처럼]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시본능(?)을 일깨워 주고 말았습니다.

 

  서정시는 '아이유'다 처럼, 실패한 사랑은 환유를 남긴다에 내 것이 아닌 삶들....... 역설, 모순 너머의 진실에 진실을 말하는 또 다른 방식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다가 감상하다가, 눈을 감고 시를 슬쩍 소리나지 않게 입모양으로 읽어 내려가다가 머쓱하게 보는 이 없는 데도 얼골이 발그레져 실없이 웃기도 하고.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그 꽃>, 문학동네 p33

 

행위를 통하여 대상이 새로운 의미를 부여 받게 되었을 때 나는 그에게로 와 꽃이 되었노라 가만히 네 이름을 불러 보기도 하고. 

에셔의 무한원형4(천국과 지옥)을 바라보며 나는 왜 천사가 아닌 악마만 눈에 보일까 하고 잠시 낄낄거렸다가 뭣을 잡고 반성 하자 라는 다소 천박한 생각을 접고 서로 분리되지 않는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이처럼 시와 음악은 관계를 연결하는 아주 좋은 수단이기도 하겠지요. 책을 읽다가 정말 아이돌의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합니다. 물론 유행이 워낙 빨리 돌아치는 세대라 이미 한 물간(?) 노래이긴 하지만 기특하게도 저 자신은 제법 아이돌 노래를 대강은 따라 부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AM 이었던가요 <밥만 잘 먹더라>라는 가요를 제가 알다니 제법 히트한 곡이겠지요. 고조된 감정을 담는 하나의 갈래로서 시와 노래는 하나이고 시는 노래처럼 불리워져야 한다는 점에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참 맛난 책이지요.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정호승,<미안하다>(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창비 p69 

 

  저 시를 읽고 어지간히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참 먹먹해지지요. 지금도 입술로 속으로 되뇌이다 보면 살짝 울컥합니다.

 

 

 이 책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알았고 만났던 시인의 시가 많이 나와 반갑기도 합니다.

함민복시인이나 이윤학 시인은 - 두 분다 술을 어찌나 좋아하셨는지 제 스물 몇살 때 신촌에서 아는 형님에게 소개를 받고 돼지 껍데기에 소주를 동이 트도록 마시고 자취방에 가 쓰러졌던 기억도 납니다. - 유명하시니까요.  그 중 이윤학 시인의 이미지라 시를 읽다 보면 섬뜩 섬뜩해지는요. 마치 제 어린 날 뱀을 삽날로 쳐 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책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책이 끝으로 치달을때 즘이면 예의 시의 해석에 치우쳐 아이쿠 어려워 지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무척이나 필요한 부분이긴 하겠지만 끝까지 조금 더 쉽게 다가갔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능에서 마주치는 지문같은 글과 문장이 터벅 뭍어나오는 듯도 싶었고....... 하나의 시를 자꾸 자꾸 읽고 외우고 느끼면 저자가 생각하는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올텐데 살짝 이렇다라고 시를 해석하여 단정짓는 다는 느낌도 개인적으로 뭍어 나온 것 같았지만 이런 건 큰 흠이 되지 않았겠지요.

 

  두번째 읽을 때에는 여기에서 골라낸 시만 따로 빼내어 골라 소리내어 봅니다. 참 맛있고 입에 달라 붙으며 흥겹습니다.

 

  암요. 시는 노래입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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