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읽지 못하는 사람의 미래 - 주의 침탈 시대를 돌파하는 돌봄의 읽기를 위하여
전병근 지음 / 유유 / 2024년 11월
평점 :
챗GPT, gemini, perplexity, 이외에도 온갖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으로서 쓸모를 증명하는 일은 책을 읽고 사유하고 공감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미래에도 인간이 현재의 모습으로 가능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스티글레르는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진정한 사고와 계산적 사고를 구분한다. 그는 오늘날 일과 삶에 팽배한 위기가 거침없는 계산적 사고의 파도에 밀려 생각하는 힘, 즉 개인의 주체적 사고 능력을 잃어 가는 데 있다고 봤다. 우리는 계산적 사고의 합리성을 컴퓨터 기술에 맡기고 그것이 일상을 지배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계산적 사고가 진정한 사고와 반드시 상호 배타적인 관계인 것은 아니다. 계산적 사고, 즉 수학적 합리성은 우리가 의지하는 중요한 사고의 보철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재앙은 계산적 이성과 이윤 극대화 논리로 구동되는 경쟁적 세계 경제로 인해 많은 사람이 독립적인 성찰의 지평에 이르지 못한다는 데 있다. 개인의 의식 자체를 파악해서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형성하려고까지 드는 알고리즘에 의해 자신이 제한당한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거나 무신경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디지털 기술이 지닌 강력한 표준화의 힘이다. 빅데이터와 그것을 기반으로 한인공지능의 확산은 분명 우리에게 적지 않은 편리와 유용함을 더해 주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인간 삶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새로운 틀 안에 가둘 수 있다. (중략) 지금 우리 일상의 모든 측면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이를 주도하는 소수 집단에 의해 재편되고 있는데, 다수는 이것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사용한다. 그 결과 다른 삶의 방식을 상상할 수 있는 감각과 사고능력을 잃어간다. 우리의 미래는 새로운 기술에 의해 이미 결정된 것처럼 보인다. - P1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