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 열 편의 인권영화로 만나는 우리 안의 얼굴들
이다혜.이주현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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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는 영화기자로 일해온 저자 이다혜, 이주연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영화 10편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이다. "책 제목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야기를 담은 민용근 감독의 책 <그들의 손에 총 대신 꽃을>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다." 언급되는 영화들은 다음과 같다.

 

이옥섭 감독의 <메기>

최익환 감독의 <우리는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남궁선 감독의 <힘을 낼 시간>

신아가, 이상철 감독의 <봉구는 배달 중>

정지우 감독의 <4등>

오멸 감독의 <하늘의 황금마차>

이광국 감독의 <소주와 아이스크림>

민용근 감독의 <얼음강>

박정범 감독의 <두한에게>

신연식 감독의 <과대망상자(들)>


영화라는 특성상 감독들은 흥미를 이끌어야 함은 물론이요, 날카로운 주제 선정과, 연출 방법에 대한 고민들로 머리가 뒤섞였을 것이다. 책에 언급된 영화들은 청년, 교육, 노인, 죽음, 군대, 장애, 감시 등의 사회 문제가 되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문제의식을 나타냈다. 인권 영화는 말 그대로 인간의 권리를 말하는 영화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주체의 시야를 밝힌다. 보는 이들에게 한 인간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들의 삶은 어떤 특별한 이야기거나 극복하고 구해줘야 하는 삶이 아니다. 그저 한 주체로서 살아가는 삶이다. 우리가 그런 방식으로 한 인간의 삶을 이해할 때 모든 이들의 삶은 자연스러운 것이 되며 타인들과 교차할 수 있다.

 

실버택배기사인 봉구가 학교에 빠진 6살 소년 행운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신아가, 이상철 감독의 <봉구는 배달 중>은 사회 속에서의 노인의 위치와 그에 따른 절망을 드러낸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에서는 늙음이 사회로부터 점점 배격당한다는 과정임을 말한다. 어린 소년과 노인을 대비하며 보호받으며 가능성으로 취급받는 아이와 달리 배척받고 의심받는 노인의 삶을 드러낸다. 영화 끝에서 나오는 로또번호의 마킹 실수 또한 노인의 성공(3등 당첨)을 노인의 한계 안에서 그려낸다. 나름대로 면벌부가 주어지는 '방황하는 젊음'과 달리 '방황하는 늙음'은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일까. 세대 간의 갈등은 소년 행운에 의해 풀린다. 밀려 나가는 삶이 밀고 들어오는 이에 의해 이해된다면 그 늙음의 과정은 끝을 향해 가기보단 하나의 흐르는 물결이 될 것이다.

 

간암에 치매까지 진행 중인 큰형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 내용의 <하늘의 황금마차>는 죽음의 유쾌한 해석을 제시한다. 큰형은 여행을 같이 가는 이에게 집문서를 준다 선언하며 3명의 형제를 끌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병원도, 집도 아닌 어디론가 향하는 과정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 현실과의 간극이 있는 영화라는 비판을 받지만, 멈춘 영화와 달리 살아있는 관람객은 그 논의를 확장시킬 수 있다. 저자 이주현은 <하늘의 황금마차>를 통해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로 논의를 확장한다. 존엄한 죽음은 삶의 마지막까지 자신이 자신으로 정의한 자신으로 사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는데, 죽음의 순간에서 나답게 그저 자신으로 남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본다면, 우리의 삶에서 죽음은 중요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답게 살고 있는가가 죽음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다'가 더 정확한 말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과거를 후회하며 나답게 살지 못한 삶을 부정하거나 후회하기도 하지 않나. 그렇다면 나다운 것은 무엇일까. 나란 무엇인지, 나를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나를 알며 살아가고 있을까. 되려 죽음이 나에게 물어본다.

 

우리가 영화라는 방식으로 현실을 마주할 때 그것은 음미 가능한 대상이 된다. 우리는 마음속에 어떤 영화를 그리고 있을까.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를 읽으며 또 다른 삶과 조응해 보자.

 

세상을 바꾸는 건 뻔한 생각이 아닌 다른 생각이다. 엉뚱한 상상이다.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상상하는 건 중요하다. 영화는 그걸 가능하게 해준다. 가끔은 서로 다른 조건과 서로 다른 신념과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진다. 인권을 생각한다는 건 이 험한 세상 다 함께 아름답게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 담긴 열 편의 인권영화를 통해 더 따스한 세상을 상상하고 희망할 수 있기를 바란다.

8p



*한겨레출판에게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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