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리아 - 플루타르코스에게 배우는 지혜 한길그레이트북스 170
플루타르코스 지음, 윤진 옮김 / 한길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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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랄리아』는 로마시대 철학자 플루타르코스의 저작 중 '지혜'와 관련된 다섯 편을 담은 책이다. 플루타르코스는 227편의 매우 방대한 인물들의 전기를 썼지만, 『모랄리아』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으로 불리는 『대비열전』만이 현존한다.


플루타르코스(Plutarchos, 46~119?)는 그리스 카이로네아출신으로 도시 간 교류를 도우면서 아르콘(행정장관)을 맡기도 했으며 여러 고위 관직에 올랐다. 또한 "그는 그리스(교육)와 로마(권력)의 관계를 대표하는 저술가였다."


플루타르코스는 크게 교육, 지혜, 역사, 철학, 종교에 관한 담론을 펼치는데, 대체로 인물들의 행위나 대사를 서술하며 메시지를 전달한다. 알렉산드로스, 데미스토클레스, 페리클레스, 카이사르, 스키피오, 아게실라오스, 키루스, 리쿠르고스와 같은 고대사 유명 인물들이 나오며 역사적 사건과 국가별 특징, 문화와 인물의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중간중간 인물들의 유머와 극단적인 사고, 유명 속담들도 나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왕들과 장군들의 어록>은 트라야누스 황제에게 헌정하기 위해 쓴 것으로, 통치에 필요한 지혜와 사고방식을 조언한다. 고대의 마키아벨리와 사마천 역할을 한 것이다. 고대사에 관한 책이다 보니, 헤로도토스의 역사,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그리스 로마신화 같은 다양한 책들을 넘나든다. 몰라도 괜찮다. 각주가 매우 상세히 달려있다.


책의 목차는 7현인의 저녁식사, 왕들과 장군들의 어록, 로마인들의 어록, 스파르타인들의 어록, 스파르타 여성들의 어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7현인으로 탈레스, 비아스, 피타코스, 솔론, 킬론, 클레오불로스, 아나카르시스가 모여 민중의 통치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는데 한나 아렌트가 말한 것처럼 로마시대에 사고가 경제적인 것과 결부되기 이전에 그리스에서는 공공의 것, 특히 정의가 강조된 말들을 하고 있어 몇몇 인물들의 발언은 사회주의와 맞닿아 있었다.


이후에는 집안을 건사하는 법, 먹고 마시는 즐거움 등 정말 다양한 것들을 논한다. 재미있는 점은 스파르타와 굉장히 다른 모습과 사상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들의 대화에서도 스파르타를 비난하는 말들이 나오며 스파르타도 아테네를 가차 없이 깐다.


왕과 장군들의 어록에서는 굉장히 낭만 넘치는 구절들과 재미있는 일화들이 쏟아진다.


알렉산드로스와 그의 아버지 필리포스 이야기에서는 그 아빠에 그 아들인듯싶었다. 자신을 험담하는 민중 덕분에 더욱 열심히 처신할 수 있다거나, 자신의 잘못을 지적한 사람의 말을 듣고 화가 나지만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둘 다 포부와 정의감이 넘쳤다.


포에니 전쟁에서 한니발을 고전에 빠트린 파비우스 막시무스도 나오는데, 한니발을 상대할 수 있었던 정신이 나타난다. 굉장히 자만스럽지 않고 융통성 있게 일을 처리한다. 권위 의식이 없으며 명예를 신경 쓰지 않았다.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카이사르의 대범함을 보여주는 모습이 나온다. 그가 젊은 시절 해적에게 붙잡혔는데, 해적이 제시한 돈을 비웃으며 두 배로 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피곤하니 조용히 하라고까지 말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iacta alea est)",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veni, vidi, vici)"대사도 나온다. 대범하고 야심찬 그의 성격이 나타난다.


일곱차례 집정관을 지낸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절제하는 정맥류 치료를 받으면서도 고통을 참는 모습은 관우이야기를 떠올렸다. 이 외에도 동양사상과 겹치는 부분도 있어 흥미로웠다.


스파르타 전성기의 왕 아게실라오스 대왕과 입법자 리쿠르고스가 나온다. 리쿠르고스 법에선 개인의 인격이 말살되고, 문화를 사치로 바라보며 절제와 국가 헌신을 미덕으로 본다. '전사 양성'이 목적이다.


스파르타 여성들도 굉장히 호전적이다. 여성들도 군사훈련을 받고 출산에 힘썼는데, 남녀평등의 의식보단, 남성성의 기준을 여성이 따라와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여성도 스스로를 지키고 국가를 위해 싸운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스파르타에선 인간은 기계적이고 소모품이 된다. 물론 '국가를 위한다'라는 굉장히 숭고한 이미지로 나타나지만, 개인의 인격이 말살되는 모습을 보면 그 국가를 위한다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질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고대 국가의 모습들과 인물들의 성격과 대화를 보면, 좋은 국가란 무엇인가, 지혜롭게 사는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람 사는 모습이나 생각은 외양만 다를 뿐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서양고대사나 서양 문화와 철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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