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날 - 출판인 김언호가 만난 우리 시대의 현인들
김언호 지음 / 한길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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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인생을 살아가다 한 시대가 끝났음을 느낄 때가 있는데, 가령 한 시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은퇴했거나, 그들의 부고 소식이 들려올 때다. 나에게 그것은 최근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와 조세희의 작고 소식이 들려올 때였다. 그들은 이제 책 속이나 많은 이들의 기억 한 편에 남아 간간이 들춰진다. 


출판사 「한길사」의 대표이사인 김언호는 세대의 인물들을 기억하고 다시 한 번 알리기 위해 팬을 들었다. <그해 봄날>은 유신시대를 거쳤던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인물들에 대해 출판사 대표가 직접 바라보며 서술한 이야기다. 출판사 대표인 김언호가 만났거나 한길사를 통해 책을 출판한 인물들과 함께했던 한길사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세대의 기억을 봄날로 이름지었다.



함석헌, 김대중, 송건호, 리영희, 윤이상, 강원용, 안병무, 신영복, 이우성, 김진균, 이이화, 최영준, 이오덕, 이광주, 박태순, 최명


출판인 김언호가 만난 이들은 시대의 인물들이다. 익숙한 이름들이 보일 것이다. 일단 그가 가장 애정하는 사람이 함석헌 선생이었다. 특히 그는 함석헌 선생의 씨알사상을 그토록 좋아했는데, 함선생은 선비 그 자체였다. 할 말은 하고 사는, 단단한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박정희조차 쉽게 다루지 못했던 것이다.


그가 꼽은 인물중 리영희같은 논란의 인물도 존재하지만, 나는 그가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자유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논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저작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데, 나는 다시 한 번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정주행했다. 생각보다 우리가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 단순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지점은 적다. 시대의 인물은 시대의 담론과 함께한다. 북한에 가족을 둔 강원용 목사와 리영희 선생, 고국을 떠났지만 고국을 생각하며 작고할때까지 통일을 염원한 윤이상 선생과 같은 인물의 의지가 풍긴다.


그렇다. 이 책은 역사에 관한 이야기다. 출판사 대표라는 인물이 해설자가 되어서 인물들을 설명한다.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이야기해주는 옛날이야기 같아서 술술 읽히기도 한다. 읽고 나면 마음속에 무엇인가 잔잔히 물결치는데, 이것은 아마 시대의 정신이라고 하는, 인간들만이 전할 수 있는 마음이라고 할만한 것이 우리의 마음과 공명하는 걸지도 모른다. 인간은 인간의 이야기에 감응한다.


한길사와 김언호는 파주출판도시의 기획과 건설에 앞장선 개척자다. 한길사는 이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파주로, 강남 신사동에 있던 회사를 옮겼다. 김언호에게는 꿈이 있었다. 책의 도시, 책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꿈이었다. 그것은 출판인들의 꿈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꿈은 결국 이뤄졌다.



책을 읽고 출판사 직원들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한국 현대 역사를 건너온 출판사 대표이사 '김언호'라는 특수한 인물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읽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는 시대의 인물들과 힘듦, 고난을 함께했다.  「한길사」의 사무실은 창고 같은 곳이기도 했고 그는 정부에게 위험인물이 되기도 했다. 이제는 일종의 기억 혹은 추억이 되어 봄날로 불릴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는 일종의 '기자'이기도 했다. 이처럼 시대의 주역과 함께할 수 있음은 축복이기도 하다. 나도 언젠간 나의 세대를 기억하며, 나만의 세대를 봄날로 기억하겠지


사실 나에게 한길사가 좋은 큰 이유는 많은 고전을 번역해 읽을 수 있게 해줬다는 것(?) 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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