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독서. 

어린시절 흔히 취미란에 적곤 하던 단어이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다른 즐길거리가 풍부하지 않았던 그 시절 참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했지만, 반면 누군가에 의해 강요되는 일이기도 했다.

학교에 아직 가지 않았을 시점의 나는 집의 책장에 꽂혀있던, 어느 집에서나 볼수있던, 위인전이나 역사이야기, 과학이야기 같은 전집을 퍽 좋아했다. 

그러나 곧,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며 필독서가 생겨나고, 친구들도 생겨나고, 집 밖의 놀거리가 많아지면서 점점 스스로 찾아하는 독서 시간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요즘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참 다양한 놀거리들이 많아서 책이 읽고 싶을만큼 심심할 틈이 별로 없었고, 그 무엇보다 책이 더 좋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만화책과 무협소설은 제외하고)

그 뒤로 대학생이 될때까지도, 꽤 오랜시간 동안 책은 내 관심사에 들어오지 못했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독서 장려 프로그램이나 전국민이 읽는다는 베스트셀러의 광고를 볼 때마다 흠칫, 현대 교양인(?)이라면 독서를 해야하지 않나...하는 혼자만의 짧은 고민이 있었을뿐, 그마저도 그때 뿐이었다. 뭔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 새로운 인물, 새로운 이야기를 위해서 책을 찾아들던 기분을 꽤 오랫동안 잊고 산 것이다.

 

취업을 하고도고 몇년이 지난 어느 날, 유난히 책을 끼고 사는 친구가 책 하나를 선물해 주었다. 으레 책을 펴들고 공공장소에서 읽으면 좀 멋지니까, 그런 멋에 약했던 나는 그 책을 지하철 출근길에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 책은 대한민국 독자의 대다수의 사랑을 받는다는 에세이 분야였고, 작가가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스스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끔 해주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 책의 작가님은 이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지만, 그에 비해 이 책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직작인 5년차였던 그때의 나는 여일곱살의 어린 내가 좋아했던 그런 기분으로 나도 모르게 다시금 책에 빠져들고 있었다.

만약에 그때 만난 책이 자기계발서라던가, 혹은 시집이라던가(시는 아직도 어렵다), 혹은 가벼운 연애소설이었다면, 끝까지 읽지 못했던가, 시작도 못했던가, 아니면 관심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책을 만난 것이다. 운명인가.

 

그 독서 이후로 나는 다시금 책을 읽는다는 재미에 서서히 빠져들기 시작했다.

다른 책을 또 추천받아 읽기 시작했고, 재미없는 책은 빠르게 손절하기도 하고, 흥미로운 책소개 콘텐츠들의 알람을 켜두기도 했다.

그렇게 새롭게 내 생활의 일부가 된 독서라는 취미. 책 읽기.

머리가 굳고 나서야 책에 빠져든것이 참 한탄스럽기도 했지만, 이제와서라도 이 재미를, 이 유용한 것을, 이 훌륭한 선생님을 놓치지 않아서 참 다행스럽기도 했다.

욕심이 많은 내가 그 누구보다 많이 읽고싶어 한다던가, 모든 책 행사를 섭렵한다던가, 독후감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쓰려고 한다던가 하는 일은 늦은 시작 덕분에 생기지 않았지만, 역시나 조금은 아쉬운 마음에 이렇게 느즈막히 책 블로그를 시작해보려한다.

이 역시 얼마나 꾸준할지는 미지수지만....ㅎㅎㅎ

 

알고보니 생각보다 훨씬 큰 세계가 만들어져 있는 이 '책 유니버스' 속에 한발 들여놓게 된 것이 진심으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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