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의 위대한 선각자들 - 비밀스러운 종교의 역사
에두아르 쉬레 지음, 진형준 옮김 / 사문난적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1. 어떻게 읽을 것인가?   

소설에 대한 서평이나 독후감을 쓴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와 플롯에 대한 관찰과 필자의 의도를 고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토리와 플롯에 대한 파악이 있어야, 시대적 배경이나 기타 소재에 대한 언급이 의미가 있어지는 것이다. 반면 소설류가 아닌 사회과학이나 철학과 같은 부류의 책은 스토리와 플롯보다는 기저에 깔린 사상적 기반과 그 기반 위에서 재해석하려는 요소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보통 이러한 잭이 가지고 있는 서문이 없다는 점은 저자의 의도를 읽어내기 어려워 진다는 점에서 아쉽다. 자신의 이론적 배경이나 근간을 설명하는 부분이면서 자신의 글이 목표하는 지향점을 제시하는 것이 기본인데, 그런 서문이 없기에 제1장에서 논지의 핵심을 설명하고,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부분에서 부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 책의 논지는 제1장 라마:아리안 주기와 제6장 피타고라스 델포이의 신비들이라는 장을 통해 저자의 함축된 의도를 읽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두께가 주는 중압감에 비해 1장의 넘어서면서부터 중요하고 역사적인 의미들과 단어들이 있슴에도 불구하고 그 긴장감은 반감된다. 쉽게 넘어가면서 일종의 서사시를 현대적으로 기술해 놓은 듯한 느낌으로 별다른 요소들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이후의 장들도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이다. 
 


원제는 The Great Initiator로 직역을 하자면 위대한 창시자들이다. Initiator라는 뜻에는 비교의 창시자라는 뜻이 있기는 하지만 구지 그것을 강조할 이유는 없음에도 그 부분이 강조되어 독자들은 그 부분을 더욱 신경을 쓰게 되고 그 내용에서 비교적(秘敎的) 내용에 대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점 또한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2.   시대적 배경 저작의 기본사상  

위키피디어 사전에 의하면 Edouard Schure는 프랑스 철학자, 시인, 작가, 음악비평가 이면서 비교(秘敎)문학의 평론가로 1841년 1월 21일 출생하여 1929년 4월 7일 생을 마감한 것으로 나와있다. 그의 시대는 다름아닌 낭만주의의 시대로 고전주의의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내용을 그 형식으로부터 풀어 놓으려는 운동이 있었던 시기라는 점이다. 그 운동은 영웅에 대한 찬미와 인간의 자유로운 정신세계로 인도할 선지자의 탄생을 갈구하는 점에서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와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해야 한다. 그에 대한 정확한 사상적 기반을 알 수는 없으나 그 자신이 바그너의 음악에 심취하고 그의 음악을 프랑스에 소개하였다는 점은 그의 보수주의적 성향에 경도되었을 수도 있다는 요소를 짐작 할 수 있게 해준다.   바그너의 인종차별적 성향과 시대 영웅의 도래에 대한 갈망은 보수주의적 지도자의 탄생과 인종차별의 철학적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는 점은 잘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사상을 가진 음악가를 프랑스에 소개하고 높이 평가했다는 점으로 판단할 때, 쉬르의 사상도 그 선상에서 재해석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의 서문이 시대적 환경과 본인의 사상적 배경을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삭제되어 그러한 사상의 기초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쉬르의 사상적 배경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이 단지 그의 책을 논하는 것도 어찌보면 어불 성설일 수 있다.  따라서 본 내용은 일관된 사상과 한계에 대해서만 언급하기로 한다. 

   3.  종교의 탄생과 흐름  

쉬르가 보고있는 종교의 탄생은 경외와 공포에서 시작되어 그것이 인간적인 연결고리인 조상과 연관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종교는 "개인의 자유와 감수성" "타인을 향한 공감" "영혼을 향한 감성" "이상주의적 상상력"(P.20)이 결합되어야 의미있는 종교로 가치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신성이 인간계로 내려오는 과정이며, 그 과정 이후 다시 인간계에서 다시 신성으로 향하는 과정을 겪는 다는 것이다. 모세까지의 시대는 신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인간이 계시를 받는 단계라면, 그리스 시대는 인간의 형상을 한 신의 부활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반신(半神)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것이다. 반신이라는 존재의 탄생은 종교와 종교의 신비성이 다름아닌 "역사의 고리 속으로 들어"(p175)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미 역사의 고리 속으로 들어온 종교와 현실의 통합은 심리적, 이성적인 틀 속에서 의미를 찾고 그것을 인간적인 것 속에 정립시키는, 다시말해 "삶의 완벽한 생성"(P.325)을 목표로 한 사람이 다름아닌 피타고라스라는 것이다. 신성함의 담지자로써의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선각자라는 사람은 이러한 신의 의미와 신성이 가지는 경외심의 근원을 알아내고, 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것은 모든 선지자에게 동일하게 적용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선지자의 삶에서는 도약단계가 있으며, 신의 의미와 종교적 의미를 담지해 내는 과정인 통과의식을 거쳐 자신의 자각을 타인에게 전수하는 과정과 그 과정의 완성단계인 자기희생과 부활로 완결이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은 다름아닌 종교의 역사 = 투쟁의 역사라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4. Sacred or Violence  

르네 지라르는 원시인들의 폭력성의 특징을 "자신의 폭력을 가장 비인적인 형태로 인식한다. 다시말해 신성이라는 위장하에서 폭력을 인식한다는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종교는 폭력으로 부터의 안식처를 제공하고 폭력은 종교에서 안식처를 찾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책에서는 태양과 달, 남성과 여성과 같은 대립적인 형질을 통한 전쟁의 역사가 다름아닌 종교의 역사라고 보는 것이다. 인간에 내재된 "비합리적인 요소의 전염성으로 폭력" 혹은 "상승"이 기원이 되는 폭력성이 아니라 "신성스런 지역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고, 생식이라는 고통의 심연으로 빠져"(P.242)든 인간이 "개인적 야망과 정열에 무턱대고 내맏겨진 채 고귀한 영감은 미신으로, 용기는 사나움으로, 희생의 고결한 생각은 잔인한 압제의 도구로 변질된"(p23~24) 종교와 그에 대응하는 종교의 원형으로 복귀하려는 운동의 지도자로서의 선지자들의 대립 구도 속에서 종교의 탄생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낭만주의적 종교관이 한계에 부딛치는 것이다. 분파로서의 종교, 비교로서의 종교 그 자체로서의 종교에 대한 해석은 가능하지만 인간이 살고있는 사회에서 종교가 가지는 역동성이나 종교 분파간의 세력균형, 이론적 융화와 같은 내용에 대한 설명은 불가능해 지는 것이다. 저자 자신이 사제 혹은 종교와 정치의 구분이 없던 사회와 그 영향력을 잃지 않는 사회에 대한 글에서 종교 그 자체의 문제로 교묘히 회귀시킴으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와 연결된 고리를 끊어 버리는 것이다. 사회적인 역학관계에서 종교의 재해석과 탄생이 아니라 대립구조 속에서 선지자 자신의 비종교적 안식이나 "희생양"이 되면서 선지자는 신성한 영적 존재(Holy Spirit)로 영원히 사는 것으로 또 하나의 순수한 비교의 탄생만을 이끌어 내는 한계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낭만주의적 보수주의의 한계가 그대로 남아있게 되는 것이고 이것은 자신만의 한계가 아니라 그의 시대에 만연한 제국주의적 속성과 조만간 모습을 드러내는 개인의 신비화에 의한 보수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전제정치에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 마치면서

그러나 이러한 저자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 나름대로 종교의 이면이나 종교에 대한 재미있는 해석이 가능하게 해 준다는 의미가 있다. 난해하고 어려운 학술논문이 아니라, 역시 종교의 이면과 비교의 탄생이라는 분야를 재미있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비교적, 낭만주의적인 보수주의에 대한 인정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낭만주의가 보수주의적인 개인숭배나 전제에 대한 인정의 이면에는 인간의 정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는 부분을 염두에 둔다면 낭만주의 시대의 비교연구의 맥락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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