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 - 체코 SF 걸작선 체코 문학선 3
온드르제이 네프.야나 레치코바 외 지음, 야로슬라프 올샤jr.박상준 엮음, 김창규.신해경 / 행복한책읽기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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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르 헤테샤 루드키히 소쳌 미로슬라프 잠보흐...

어렵다. 그냥 발음만 할 뿐이지 몇 번을 보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어색한 이름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쓴 작품을 읽으면 1억~2억 킬로미터는 되보였던 그들과 나의 거리가 하이퍼 스페이스를 통과한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사실 '체코' SF 라고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졌건.. 심지어 그곳이 북한이라 할지라도 잘 만들어진 작품에는 누구나 지갑을 열게 되고 화장실에 가는 것도 꾹 참으며 결말이 나올 때까지 읽게 되는 거다. 로봇을 처음 썼다는 사실이 그 나라의 SF 수준을 높이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작품의 질이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책을 끝까지 읽었다. 총 10개의 단편들이 옹기종기 들어앉은 책은 잘 읽히는 것도 있었고 결말이 이해안가거나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있었다.

모든 작품이 좋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이 책이 선집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 책은 한 작가가 쓴 작품들의 모음집이 아니다. 또한 여러 SF 하위장르들이 뒤섞여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작품의 출간 시기가 60년대에서 02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이성의 모습이 다르듯 SF 장르나 결말여부에 대한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고 이런 선집의 특성상 내 취향을 만족시키는 작품들만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이 책을 나보다 늦게 읽게 될 다른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각설하고 읽은 단편들을 평하자면

<스틱스> 나 <소행성대에서> 같은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재밌었다. 내가 SF라면 과학적 지식이 어느정도 들어가 있거나 우주가 나와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지니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어로 출간된 SF 들은 모두 읽어봤지만 이 정도 수준의 작품은 드물었다. 재미와 경이감 모두를 만족시키는 작품이었다. 부디 두 작품 작가의 다른 책이 번역 출간되길 희망한다.

사이버펑크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역시 대체로 맘에 드는 작품이었다. 비록 결말이 내 취향은 아니지만 초반 갑작스런 반전에서부터 시작해 결말 직전부까지는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이 단편이 체코에서 처음 나온 사이버펑크라는 해설에서 또 한번 놀랐고.. 역시 스스로 사이버펑크로 분류한 <집행유예> 역시 상당한 상상력과 재미가 들어간 수작이다. 현실을 살짝 꼬는 이런 내용이 좋다. 읽으며 테드 창을 살짝 떠올리게 하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이었고 주인공, 사건과 배경, 결말처리 모두 맘에 들었다. 연작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있다면 꼭 한국어로 소개되었으면 한다.

<양배추를 파는 남자> 아 이런 작품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한다 ㅠㅠ 너무 짧아서 아쉬움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으니.. 내용이나 장르는 말하면 바로 스포일링이 되니 생략한다.

<아인슈타인의 두뇌> <브래드버리의 그림자> <비범한 지식> 3편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딱히 할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시길~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표제작 <제대로 된 시체처럼 행동해!> 는 실망스러웠다.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별로였다. 이유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흥미를 갖지 않는.. 더 구체적으로는 SF라고 분류하지 않는(SF 의 정의는 SF 팬들의 숫자만큼 있다) 퇴마 + 프랑켄 + 뱀파 + 로맨스 소설이니까. 소설자체는 재밌다. 하지만 바라던 것이 없었을 뿐..

<영원으로 향하는 네번째 날> piff 인가? 부산영화제에 초대되었다는 체코 SF 거장의 작품이라기에 상당히 기대하고 봤지만 역시 그냥 그랬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맘에 든다. 한 편의 영화 액션신을 보는 것 같은 묘사들도 괜찮았고. 하지만 결말이 너무 애매하고 -_- 내용도 그다지 재밌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총평하자면 사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체코의 SF가 미국과는 이렇게 다르구나를 느낄 수도 있고 제대로 된 하드, 사이버펑크, 핵전쟁후 SF 를 맛볼 수도 있다. 해설을 보며 알게 된 것이지만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양의 SF 중에서 엄선된 작품 선집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소장가치가 충분하다. 부디 다른 많은 팬들이 나와서 계속해서 다른 작품들이 소개되길 바란다.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여 개인적인 SF 취향은 다음과 같다..
테드창 전편, 얼터너티브 드림(한국), 백중(한국), 중력의 임무, 심연위의불길, 신들의 사회, 얼터드 카본, 뉴로맨서.. 등등

그 외 다른 리뷰들..

http://cafe.naver.com/nfantastique.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3921&
> 정말 좋은 리뷰. 다 읽고 나면 체코에 대한 애정까지 생긴다!!

http://cafeanimate.net/zboard/view.php?id=review&no=6431
> 다량의 스포일링 함유 - 두렵지 않다면 읽어도 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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