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이영수(듀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브로콜리...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깡마른 수학을 전공하는 형님이 있다.
언젠가 그 분과 이야기 도중 미국에서 브로콜리'만' 먹고 연명했다는
말을 듣고 사람이 어떻게 그리 사냐고 경악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라니.. 제목이 상당히 재밌다. 브로콜리같은 채식주의
와 장수식품 및 섬유질의 상징에 혈투는 어울리지 않는 듯 하여 다시 한 번
책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동명의 단편을 읽어보면 브로콜리가 그 브로
콜리가 아니라는 사실에 한번 더 웃게 된다.)

기분좋은 촉감의 책 표면을 펼치니 처음부터 당황스럽다.
소개팅, 오래된 커플, 평범한 한국인들의 이야기, 분명히 익숙한 이야기들인
데 하나씩 꼬여 있다. 그리고 그 작은 뒤틀림이 이야기 전개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


분명 듀나의 단편을 즐기는 재미는 그런 곳에 있다.


작은 차이로 인하여 완전히 뒤바뀌는 익숙했던 일상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를 좀 길게 그리고 한국적으로 바꾸어 놓은
듯한, 아니 그보다는 츠츠이 야스다카의 인간동물원 의 느낌이 좀 더 강할까

.

개인적으로는 요재지이 식의 단편 '여우골'이 취향이었고, 각 단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미 다른 리뷰어 분들께서 많이 쓰셨기에 생략한다.


본편의 이야기들을 다 읽고 나면 바로 책을 덮지 말고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말' 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런 곳에서 이런 이야기 아이디어를
찾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읽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묻혀버린 한국인들을 위한 소설집

듀나의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를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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