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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살아라
로타 J. 자이베르트 외 지음, 유혜자 옮김 / 김영사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요즘 우리 사회에 이런 류의 책들이 입방아에 오른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종의 '삶의 템포 늦추기' 흐름의 반영일 것이다. 또하나 이런 책들은 각 흐름이 짧고 읽기가 쉽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 그런 류의 주장이나 풍조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것도 학문적으로 철학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고대나 중세시대의 수양론(修養論)이나 안심론(安心論), 중국철학, 인도철학, 불교, 노장사상 등에 충분히 깊숙히 녹아있는 사단인 것이다. 어느 때인가 인도나 티베트 등의 성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읊송한 책들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때 불교나 노장사상을 잘도 재탕 삼탕 짬뽕(?)을 잘 만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결국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우리 민초들의 일상생활속에서 응용되는 주제를 내밀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번잡하고 복잡하다고 여기는 걸까. 집안을 점령하고 있는 세간살림들, 잡동사니 등이 그토록 증오스러운 걸까. 아니면 현대인들의 뇌를 잠식하고 있는 온갖 정보와 희노애락의 감정들일까. 왜 단순하고 간소한 것이 편하다고 느껴지는 걸까.
개인적으로 낚시를 좋아한다. 낚시인들의 행태를 관찰해 본다. 낚시가방안에 온갖 도구들을 전시회에 온듯 갖추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간소하게 낚시대와 의자 하나 들고오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을 따르자면 가방을 배불뚝이로 만든 사람은 딱한 측이다. 그러나 내 경험은 반반이라는 것이다. 배불뚝이 가방이 요긴하게 사용된 적을 여러번 목격한 바 있다.
당신이 만일 집안 면적의 30%를 잡동사니로 내주고 있다고 치자. 그러면 당신은 60%를 방치하고 있는 사람보다 인생을 홀가분하게 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겠는가.
역시 반반이다. 정답은 대상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에 달려있을 뿐이다. 주위의 형식이나 사물은 약간의 비율을 가진 동기에 불과하다. 주위를 단순하게 해서 얻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것의 공간과 허허를 무엇에 사용할 작정인가.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도 하나의 삶의 지혜이다. 사물과의 인연을 그렇게 모질게 끊으려고만 하지 말자. 이 세상에 잘난 사람, 못난 사람도 있다. 이들을 전부 잘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도 미덕일 수 있다.
기발한 주제로 대중의 흐름에 탑승하는 책들은 한때의 유행이 지나면 곧 사그라들고 만다. 이 책은 읽을만한 가치는 있지만, 너무 깊숙하게 인생관과 개성을 맡길 필요는 없다고 본다. 차라리 이런 풍조에 젖고 싶다면 고전 한권을 숙독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