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천왕기 세트 - 전6권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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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는 데 생각 외로 오래 걸렸다. 『치우천왕기』. 한 때 언제 완결이 나오냐고 투덜대기도 했던 소설이다. 정말 다음 권이 안 나와서 많이 기다리기도 했었는데, 엘릭시르 출판사에서 새로 나오면서 완결이 났다. 한정판 세트를 질러두고 귀국 후 읽기 시작. 중간에 다른 책들을 읽기는 했지만 설날부터 읽었는데 이제야 완독이라니. 책 읽는 속도에 통탄해야겠다.

 


 

 

한정 사은품 솟대

신화 시대의 판타지

치우천왕기는 머나먼 옛적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소설이다. 『퇴마록』으로 유명한 이우혁 작가의 작품으로 퇴마록이나 왜란종결자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퇴마록과 왜란종결자는 이 치우천왕기가 끝나고도 몇 천 년이나 지난 후의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치우천왕기에서는 퇴마록, 왜란종결자의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고조선이라고 부르는 단군조선보다 더 오래 전이 배경이다. 치우천왕이 있고, 중국의 시조라고 하는 염제와 황제가 있던 시절. 구리무기가 귀한 청동기 시대. 그래서 그런지 책에서 묘사하는 그 때의 생활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런 오래전 이야기이기에 더욱 야성적이고 이색적인 판타지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서로 돕는 두 사람, 대립하는 두 사람.

치우천과 치우비, 소녀와 맥달 등 여러 매력적인 인물들이 나온다. 뭐니뭐니해도 여기서 중심인 건 치우 형제일 것이다. 희네와 나래는 쌍둥이이지만 서열 관계가 확실하다. 치우비(나래)는 자신 때문에 몸이 불편해진 형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그 어떤 것보다 형의 의사를 중요시한다. 야심 있고 꾀바른 치우천과 우직하고 착한 치우비는 서로를 도우며 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또한 많은 부족과 친구가 되어간다. 옛날이 배경이기는 하지만 넘나드는 땅의 크기만큼은 웬만한 소설들보다 더 크다. 그리스인, 바이킹족까지 나오니까 말 다 한 것 아닌가.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치우천 vs 헌원의 양상을 띤다. 그 둘의 이념과 사상이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치우천은 각 부족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 인간의 힘만으로 인간의 세상을 열어가는 것을 이상적으로 본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갖춘 채로 새 세계를 열려는 것이다. 지나족(중국 한민족)의 헌원 또한 야심이 큰데 모든 부족을 지나족 안으로 편입시켜 하나된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또한 신수를 인간의 싸움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소설은 당연하게도 치우천을 옹호하며 헌원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전개된다. 헌원은 딸을 희생시키기도 하면 비정한 아비이며 교활한 지배자로 그려지는 것이다. 그러나 헌원 또한 이상이 다를 뿐 영웅임은 부정할 수 없다.

"내가 죽어도 수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의 뜻이 중요한 것입니다. 목숨이 다해도 뜻이 남으면 사람은 무엇보다 강합니다. 
사람 하나는 약하더라도 사람들은 선인이나 신수보다도 강합니다!" -1권 p.238

넘버링 52번, 친필 사인.

오래 기다렸는데 아쉬운 마무리

그런데 마지막의 본격적인 치우천과 헌원의 대결은 조금 찝찝함을 감출 수 없다. 황제가 된 헌원과 자오지 환웅이 된 치우천이 전쟁으로 돌입할 때부터 소설은 급격하게 축소된다. 문체가 바뀌는 것이다. 이우혁 작가의 소설은 문장보다는 이야기에 치중하고 있기는 한데, 6권 중반부부터 너무 건조해졌다. 보여주기(묘사체)가 급격히 줄어들고 대부분 말하기(서술체)로 쓰이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을 주신과 지나 사이의 전쟁이 그렇게 변해버리니 당황스러웠다. 이제까지 자주 나오던 인물들도 전쟁 중에 죽어버리는데 그저 서술로만 그걸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이 서술체 진행이 전쟁 장면을 축약해서 분량을 줄이기 위함인지, 전쟁을 묘사하기 싫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10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전쟁이 빨리 마무리 되는 것을 보니 좀 찝찝하다. 


영웅들의 이야기

마무리가 아쉽기는 하지만 치우천왕기가 재미있고 독특한 판타지 소설임은 부정할 수가 없을 것이다. 신화, 영웅들의 시대를 그려낸 이우혁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을 하게된다. 특히 치우천과 맥달은 정말 매력적이라서 좋다. 퇴마록에서 나왔던 두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누가 알았을까. 새롭게 만들어진 한국의 영웅신화, 진짜 영웅들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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