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마야 막스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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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통 때처럼 하고 있는데 무리를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면 문제, 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나한테는, 언제나, 대개의 경우, 모두가 무리를 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왜 그렇게들 애를 쓰는지,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 인생이 그렇게 멋진 일들로 충만해 있는 것도 아닌데. 나의 인생은, 뭔가 반짝반짝하는 것이 지나가고 난 다음의, 아련하게 반짝이는 꼬리 부분만을 향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살아간다 함을 안이하게 여기는 것은 아마도, 아니다. 나는 절대로 엄마의 일이나 엄마의 상태보다도 나 자신의 기분을 우선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일을 함으로 하여 이 집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권해도, 나는 가지도 않을 대학에 가기 위한 헛된 돈을 부모한테 쓰게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기본적으로, 히로시가 하는 말을 무시하거나 하지 않는다. 기분이 어떠하든, 건강에는 신경을 쓴다. 나는, 아주 현실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뜰은 나에게 명상을 선사하지 않고, 뜰의 풍경은 풀어진 마음의 연장선으로 아무렇게나 흘러가버리는 아름다운 꿈의 공간이 되어버리고, 부모는 그다지 평범하다 할 수 없는 경력을 지닌 나를 사랑하면서도 마음 어느 한 구석으로는 쫓아내고 싶어졌을 것이다. 그러고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자기 자신에게만 잠겨 뜰에서 지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약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그렇게나 현실을 응시하려 하는데도, 나는 느끼는 때가 있었다.
이대로 가면, 많은 일이 있어도 이 느낌은 없어지지 않고, 이런, 이렇게 반짝반짝 아름다운 꿈을 볼 만큼 보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일이 용납될지도 모른다,고.
그런 것이야말로, 별로 재미있지도 신나지도 않게 그저 꾸준히 지내온 나에 대한, 뜰과, 자연과, 조촐한 행복과...... 그런 것들이 가져다준 마술, 은총이라고 생각한다.-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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