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여행 - 별을 따라간 네번째 왕의 전설
에자르트 샤퍼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원래 네째왕 이야기라고 알고 있던 이 책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알게 되었다. 성당에서 연극을 했었는데, 나는 팔려가는 노예역할이었던 것이다. 노예는 중간쯤에 팔릴 뻔 하다가 네째왕이 대신 팔려가면 그 이후로 할일이 없기 때문에 그다음부터는 극을 열심히 구경했는데 네째왕이 마지막 장면에 " 주님 당신을 위한 선물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라며 십자가가 보이는 동산에서 엎드려 울던 장면이 어린 나이지만 무척 감동적이었다. 성당에서 성탄때마다 성극대본으로 늘 1순위이고, 작품 각색을 할 때도 늘 염두에 두는 작품이다.

어렸을 때는 동방박사는 눈으로 보이는 선물을 드렸고 넷째왕은 더 큰 선물을 드렸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그건 아주 짧은 생각이었다. 동방박사의 이야기는 일종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동방박사의 선물인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 세상의 왕으로서, 제사장으로서, 사람의 아들로서 온 분임을 상징하는 것이다. 

나는 주님께 어떤 선물을 드리는가. 내가 부와 물질적인 것들을 교회를 위하여 내어놓는다면 황금을 드리고 있는 것이요, 미사와 기도 등의 종교행위들은 유향을 드리는 것이요, 삶의 기쁨과 고난,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순간순간의 감정들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면 살아간다면 몰약을 드리는 것이다. 이 세가지 모두 중요한 선물이다.

이 이야기의 탁월함은 어려운 상징을 쓰지 않고 가장 중요한 선물은 나의 삶 전체임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제와서 이런 책이라니 좀 진부한 감이 있다. 연금술사의 바람을 타고 이런 류의 책들이 한꺼번에 유행처럼 쓸려나오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좋은 편집과 새로운 그림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게 된다면 좋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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