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의 옹호
머레이 북친 지음, 구승회 옮김 / 민음사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북친은 유전자환원론, 가이아이론, 맬서스주의, 신비주의 및 심층생태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이론에 깔린 반인간주의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하며, 결국 인류의 희망적인 미래를 위해서 선택해야 할 것은 휴머니즘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그런 반인간주의를 거부하는 이유는, 20세기 들어와서 그러한 조류들이 사회적인 것을 개인적인 것으로 대치시키고 자기 구원을 위해 사회로부터 한발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친은 반인간주의들의 이러한 주장이 문제를 단순화시켜 원초적인 것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류 역사의 발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는 이것을 역사의 폐기라고 명명하는데, 반인간주의자들은 원시성으로부터의 진보적 발달을 이룬다는 의미에서의 역사를 거부하고 내적 본성의 퇴화나 퇴행적인 몰락으로서 역사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친은 역사과정에서의 실패와 참상을 통해 인류가 이룩한 지성과 도덕체계, 예술과 문명을 의미있는 것이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그는 상호존중의 윤리를 바탕으로 생태지향적이며 미학적으로 고양되고 자비넘치는 인간의 잠재력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많은 지역에서 일어난 각기 독특한 사회혁명이 수렵에서 농업으로, 소규모 집단을 넘어서 사회조직으로 나아가는 유사한 문화적 진보를 보이고 있으며, 이런 보편화하는 역사는 보편적 휴머니즘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한다. 현 인류가 맞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은 그렇다면 문화적 진보의 산물이냐는 의문에 대해, 그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지적하며, 아직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덧붙이면서 인류가 계몽적 휴머니즘에 더욱 매진할 것을 권유한다. 그는 인간들이 통찰력있게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환경을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풍요롭게 하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이성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휴머니즘이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생태적인 감수성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그리고 있어야 할 바로서의 실재를 보는 인간의 능력을 신뢰할 때, 이성적 존재로서 자아실현을 위한 잠재력과 창조적이고 주체적인 휴머니즘을 옹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만이 이성과 과학과 경험의 누전적인 결과인 지식을 가질 수 있는 신비하고도 매혹적인 존재라며 휴머니즘 예찬을 끝낸다.

맺음말에서 그는 책을 통해서 비판했던 여러 비관주의 만큼이나 낙관주의 역시 극단적인 단순화를 범하고 있다며 덧붙인다. 그는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인류가 발전하기 위해서 합리적인 미래에 대한 몇몇 지침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현재의 생태학적 위기를 설명하는 사회적 정수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 정수가 바로 계몽된 휴머니즘이라고 말한다. 둘째,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을 전면적으로 재수립하기 위해서 이성의 권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품생산과 시장, 자본 역시 인간 이성의 산물이므로, 인간 이성에 의하여 자율적이고 공동체적인 코뮌으로의 새로운 사회로 발전해나갈 수 있으며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셋째,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시간을 늘일 수 있는 기술과 과학을 진보시켜야 한다. 그래야 인간이 진실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넷째, 정의와 자유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완전히 재개념화해야 한다. 산술적인 평등이 아니라 상보성의 윤리에 바탕을 둔 평등을 이야기하면서 비동등성의 동등성을 사회적 제도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물리적 나약함이나 사회적 조건에 의한 불평등을 보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이러한 지침을 실천하기 위해서 혹독한 윤리적인 노력이 필요다고 말하고 있지만, 물론 이러한 역사의 진보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루어질 것이라 신뢰하면서 책을 맺고 있다. 인간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하다.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을 신뢰하기 위해선, 인간의 욕망이 이성에 의해 어떻게 조절되는가 하는 점을 짚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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