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주친 이에게 연인이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어떤 상상을 그려넣는 것, 그 빈약한 상상마저 매번 어긋나는 고통을 지켜보는 것, 그것이 인간의 불가해한 운명이란 걸까. <내일의 연인들>을 덮고 나서 문득 떠올렸던 얼굴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가만 울고 있었다. 지난 한 시절 결코 사랑할 수 없었던 내 모습을 꼭 붙든 채 현재의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