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 이름을 찾을 수 없습니다
무명 지음 / 율도국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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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있다는 건, 존재한다는 거잖아.

그냥 존재하는 게 아니라, 소중하고 귀하게 존재한다는 거,

별 거 아닌 것에는 이름도 안 붙여주잖아. 소중하니까 이름 붙였지."

 

 

이름이 있다는 것은 '나'라는 생명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하죠.

누군가로부터 내 이름이 사랑으로 다정하고 소중하게 불리울 때 안정감과 따듯함을 느끼게 되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됩니다. 이름은 타인에게 나라는 존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각인되어졌냐에 따라 좋은 사람으로, 나쁜 사람으로, 잊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은 사람으로 떠올려질 대체물이기도 하죠.

 

<404 이름을 찾을 수 없습니다> 작가의 필명은 아이러니하게도 무명입니다. 왜 무명인지 고민해보다 조심스레 단정지었어요. 단 몇 글자로 불리우고 싶지 않은, 작품 자체가 곧 작가의 이름이라고 여겨지고 싶어 무명이 된 것은 아닐까 하구요.

 

이 작품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나옵니다. 안나, 노아 그리고 수지.

이야기는 안나가 자살했다는 경찰의 통보를 받은 노아와 그의 곁에 있던 수지의 등장을 기점으로부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안나와 노아는 교회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요, 이들은 우연찮게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다 사랑에 빠져 연인이 됩니다. 사업 실패, 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힘들어하던 노아의 곁에서 안나는 헌신적으로 그를 보살피고, 마치 이 세상에 의지할 사람은 둘밖에 없다는 듯 그들은 아픈 상처를 치유해주며 사랑을 키워나가요. 하지만 이런 안나에게도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트라우마가 있었지요. 노아는 안나에게 자신은 언제나 그녀의 곁에 있을거라며 안심시킵니다.

 

그러나 노아가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수지를 직원으로 고용하게 되고, 같이 일하면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안나와의 만남은 소홀해지게 되요. 이후 안나는 정신적 고통을 스스로 감내하며 노아의 곁에 있는 수지가 신경쓰이지만, 노아에게 폐를 끼칠까 의지하지 않고 홀로 버텨나가요.

 

 

다분히 현실적인 연인들의 이야기이자 주인공들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 더욱 공감이 가기도 했어요.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안나가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가 충분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는 거에요. 세상사는 모를 일이니 그녀에겐 그것이 마지막 선택이었겠구나 하고 결론지을 수도 있지만, 그 상황이 초래되기까지 뭔가 결정적 사건이나 아니면 디테일한 그녀의 내적갈등이 작품속에 드러났다면 독자 입장에서 받아들임이 한결 편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이름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이름은 그저 호명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 자체를 대변할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요. 이 작품은 단순한 연인의 만남과 헤어짐 그 이상으로 다가오고, 철학적인 주인공들의 대사와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직한 무거운 현실이 짙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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