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글쓰기 - 잊고 있던 나를 마주하는 하루 5분, 일상 인문학
권귀헌 지음 / 서사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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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나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내 인생을 책으로 쓰려면 전집으로도 모자라다고.. 먼 훗날 죽기 전에 내가 살아왔던 날들을, 일생을 이 손으로 책속에 담아 쓰고 죽겠노라고.. 버킷리스트에 적혀있을 정도다.

 

하지만 글이라고는 학교 과제 빼고는 써본적이 없기에 만약 내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면 첫문장은 어떻게 쓰지? 그 다음은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지? 늘 How to Write이 궁금했다. 에세이가 될 수도 있고 소설이 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쓰는 방법은 1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쓴다면 그저 나중에 늙어서 80 먹은 노인네가 신세한탄이나 줄줄 읊어대는 꼴이 될 것이다.

글은 써봐야한다.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를 반복해야한다. 생각은 늘 그렇다.

하지만 정작 실천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그 생각 끝에 만난 책이 바로 이 책 '엄마의 글쓰기'다. 앞 표지의 문구부터 나를 응원하듯 적혀있다. "그냥 끄적여보세요!"

책을 읽으면서 나는 웃고 울었다. 이 책의 저자는 6년차 육아대디. 그는 국방어학원에서 한국어학과장 및 학처장을 역임하며 외국 장교들에게 우리나라 말과 문화를 강의하다 세 아들을 키우고 살림을 도맡는 '가정주부'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육아우울증, 주부우울증을 겪게 되고 '글쓰기'를 통해 온갖 심적 육체적 난관을 극복했다고...

그래서일까? 앞 장부터 마치 신이 내 모든 것을 다 내려다보고 마음을 꿰뚫 듯 주부들의 고초와 심리적 압박, 좌절감, 기쁨 등을 아주 절묘하게 써내려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 맞아! 그래, 그래, 어쩜 이렇게 잘 아는거야? 같이 사는 남편도 모르는데..' 라며 박수를 치다 깔깔깔 웃다, 눈물을 훔치다 정신없이 읽어내려갔다.

분명 글쓰기 책인데 그 안에는 육아 에세이와 글쓰기 수업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정말 부담없이 술술 읽고 활용할 수 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5분 글쓰기'

주제별로 글쓰기 특강을 하듯 어떤 식으로 써야하는지 소개하면서 말미에는 '5분 글쓰기'라는 코너를 통해 주제를 던져주고 독자로하여금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게 제시한다. 그냥 무턱대고 써보세요! 이러면 그저 훅 읽고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주제와 함께 어떻게 쓰면 좋을지 깨알 tip을 제공해 단 몇 줄이라도 써볼 수 있게 하는 그런 책이다.

또 하나의 핵심 포인트는 '글선생의 글쓰기 처방전'

줄줄줄 생각나는대로 썼으면 이제 내 글을 조금 다듬을 줄 알아야지 않을까? 이 때 '글선생의 글쓰기 처방전'이 많은 도움이 된다. 누군가에게 당장 '내 글 좀 고쳐주세요. 맞춤법 틀렸는지 안 틀렸는지, 내용이 억지스럽지 않은지, 문맥은 매끄러운지 봐주세요.'라고 부탁할 수 없을 때 이 글쓰기 처방전이 큰 역할을 한다.

이 책은 한번 읽고 어느 구석으로 던져놓을 그런 책이 아니다.

여행은 못 가고, 마음은 갑갑해 일상을 탈출하고 싶고, 누군가와 수다 떨 수도 없고, 글쓰기 강의는 듣고 싶은데 엄두도 못낼 처지라면, 단언컨데, 당신은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당신의 마음을 글로 써내려가 보자. 이 책은 어쩌면 당신의 무미건조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잠시나마 또 다른 세계를 그리고 싶다면 이 책을 부디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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