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사랑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20
막스 뮐러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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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사랑'. 사실 읽어본지가 꽤 됐다. 하지만, 난 이 책이 '내 낭만의 근간' 이라고 확고히 말할 수 있다. 정말이지 얇팍하기 짝이 없는 이 책 한권이 내게 가져다 주는 낭만과 설레임, 가슴 아픔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중에서 가장 백미는, 남자 주인공이 성인이 되서 여자 주인공과 재회할 때의 장면이다. 여자가 과연 자기를 환대해 줄까? 혹여 기억이나 제대로할까 등등의 걱정을 하던 남자는 다음과 같은 여자의 한 마디에 돌이킬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오랜 친구 사이지요. 전 당신을 '지이(Sie)'라고 부르진 못하겠어요. 그렇다고 '두우(Duo)'라고 부를 순 없으니 우린 영어로 이야기해야 겠는걸요? Do you understand me?' (※독일어에서 '지이'는 'You'의 격식을 갖춘 말이고, '두우'는 친한 사이, 특히 남녀간에는 연인간에 부르는 말임) 

최소한 내게는 정말이지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아마, 전세계 모든 연인들의 재회 장면(엄밀히 말해서 연인간의 재회는 아니지만. 유년기에는 연인이 아니라 단지 친구 관계로 지냈으므로) 중에서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싶다. 남자에게 여인의 그 한마디는 세상의 그 어떤 말보다도 따스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막스 뮬러는 사실 소설가가 아니라 당대의 저명한 언어학자였다. 그는 독일 출생이었으나 영국에서 수학하고 영국에서 그 생의 대부분을 마쳤다. 마치, 단 하나 밖에 없는 그의 자전적인 소설 '독일인의 사랑' 에서의 다음의 쓸쓸한 문구와 같게 말이다. 

'그러던 중 고향은 타향이 되고, 타향은 고향이 되었다.' 

사실, 책을 읽어본지 오래되서 인용한 문구들이 정확한지 확신할 수 없지만, 최소한 그 비슷할 것이다. 이 독일인의 사랑은 여러 번역본이 있지만, 그 중에서 위에 서술한 여인의 말이 제 맛 그대로 번역된 것은 문예 출판사에서 출간한 차경아 선생의 작품이 가장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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