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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 ㅣ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2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3월 2일, 이른 새벽부터 긴장감 넘치는 카톡이 오갔다. "드디어 오늘 입학! 학교 잘 다녀와, 입학 축하해!"하는 인사말 속에 기대와 설렘, 그리고 걱정이 마구 뒤엉켰다. 그 복잡한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동네 친구들과 어른들이 다 함께 학교로 출동했던 그날- 그 길, 그 공기. 커다란 게시판에서 내 이름을 찾아 가슴께에 이름표를 붙이던 그 순간. 이후 초등학교 1학년 생활이야 까마득하지만 그때 운동장에서의 기분 좋은 긴장감만은 어제 일처럼 남아있다. 그런 오늘- '오로르'가 떠오른 건 괜한 일이 아닐 것이다.
새로운 교실,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 오늘 하루, 낯선 환경에 잔뜩 긴장한 하루를 보냈을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오로르'는 11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했다. 처음 학교에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들떴는데-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쪽지를 받았다. '잘난 척 그만해' ...오로르는 학교생활에 자신이 없어졌다. 어떻게 하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지? 어떻게 하면 그 애들과 친구가 될 수 있지? 오로르의 고민이 깊어진다.
"아주 잘 그렸네. 그런데 왜 내가 그 신화 속 인물을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대답 안 했니?"
"그 편지 때문에요. 제가 잘난 체한다고 생각할까 봐요."
"괴롭힘이 나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어. 괴롭힘당한 사람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걸 두려워하게 되는 거. 오로르, 네가 알고 있는 지식을 사람들과 나누는 건 즐거운 일이야. 두려워하지 마."(본문 중에서, 33쪽)
사실 오로르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 것. (와우!) 또 하나 우리와 다른 특별한 점은- 말을 하지 못하고, 자폐가 있다는 것. 그렇다고 전혀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고 지내는 것은 아니다. 오로르에게는 태블릿이 있기 때문이다(굉장히 빨리 글을 써서 무리 없이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오로르는 (원치 않아도) 자신을 둘러싼 싸늘한 시선을 듣는다. 친구들의 비아냥거림도 자꾸 들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밝고, 씩씩하다. 오로르 특유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태도와 넓은 마음은 책장을 넘기는 어른들의 마음을 쉽게 울린다. 예컨대 모네의 '인상:해돋이(1874)'를 감상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걸 두려워할 때가 많아.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는 사람의 눈에 자기들이 어떻게 비칠지 두렵기 때문이지."하는 친구의 말에 "그거 정말 재미있는 생각이네. 힘든 세상에서는 누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거나 그냥 좀 남다르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본문 중에서, 43-47쪽)라고 답한다. 타인의 시선이 어떻든, 진짜 내 모습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말 대신 글로 소통하는 오로르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정상'의 개념 밖에 놓인다. 하지만 오로르는 묻는다. '정상'은 뭐지? 집단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특별해 보이는 걸 억누르려고 정상이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아주 가까이에서 보면 점의 집합에 불과한 쇠라의 그림도 멀리서 보면 훌륭한 한 장면이 되는 것은 모두가 자기 시각대로 색을 섞어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보고 있는 쇠라의 그림과 오로르가 보고 있는 쇠라의 그림, 오로라의 친구 오브가 보고 있는 쇠라의 그림은 완전히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아니라면, 어떤 사람이 정상이고 어떤 사람은 정상이 아니라고- 어떤 것은 흑이고 어떤 것은 백이라고- 딱 나누어 설명할 수 없는 것 아닐까. 다시, 잔뜩 긴장한 채 선생님을 보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을 상상해본다. 이 아이들은 올해를 어떻게 만들어나갈까. 이 교실 안에서는 무슨 일이 생길까. 그게 무슨 일이건 간에- 세상사가 흑과 백으로 딱 나누어지지 않는다는걸, 사실 이 세상은 회색일 때가 훨씬 많다는 걸 이해해가는 시간들이길. 실망스럽거나 나쁜 일을 겪을 때에도 희망을 잃지 말기를. 그런 마음으로- 오로르에게 참깨 세상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다정한 친구 '오로르'를 소개해주고 싶다.